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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광무 '전해액 첨가제' 바라본다…배터리 소재 고부가가치 겨냥 [소부장박대리]

진입장벽 높은 대신 높은 마진율 매력적...정교한 공급망 관리 역량도 중요

광무의 제천공장 부지 전경 [ⓒ 광무]
광무의 제천공장 부지 전경 [ⓒ 광무]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2차전지(배터리) 제조 생태계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기존의 양극재 외에도 주요 소재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중 최근에는 그동안 시장의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전해액, 첨가제 분야로의 진출이 눈에 띈다.

국내외 양극재 시장의 강자 에코프로는 지난 3일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그룹 계열사 에코프로에이치엔이 신사업 중 하나로 리튬염 등을 활용한 전해액 첨가제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차전지 소재 생산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인 에코프로 그룹 내 계열사들 간의 벨류체인 연결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에코프로는 전구체부터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통한 소재 확보 노력에 이어 전해액 주요 소재인 첨가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첨가제가 포함된 에코프로에이치엔의 향후 신사업 계획 [ⓒ 에코프로]
첨가제가 포함된 에코프로에이치엔의 향후 신사업 계획 [ⓒ 에코프로]

네트워크 전문기업에서 2차전지 소재사로 전환에 성공한 광무는 지난 1일 충북 제천에 전해액 첨가제 신공장(제2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급성장이 예상되는 첨가제 사업의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전해액은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과 함께 배터리 4대 요소 중 하나로 불린다.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서 리튬이온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배터리 원가의 약 15% 정도를 차지하며, 첨가제는 전해액 제조 원가의 다시 30~40%를 차지하는 핵심 물질이다. 전해액 내 첨가제 투입량은 미미하지만 어떤 첨가제가 들어가는가에 따라 전해액의 특성과 배터리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리튬이온배터리의 전해질 첨가제로는 주로 LiPF6이 쓰인다. 여기에 고성능, 긴 수명이 필요한 전기차용 배터리에는 LiFSI(F 전해질), LiPO2F2(P 전해질), LiDFOP(D 전해질), LiBOB(B 전해질) 등 배터리에 다양한 특성을 가미하는 첨가제가 약 5% 내외로 포함된다.

첨가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고부가가치에 있다. 개별 계약, 원소재 가격 변동에 따라 상이하지만 업계에선 첨가제가 보통 20%에 달하는 높은 마진율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매출 규모가 커도 한자릿수 영업이익률에 그치는 양극재나 배터리 완제품과 비교하면 소재 분야에선 높은 마진율에 속한다.

이는 첨가제의 특성에 기인한다. 첨가제는 전해질, 배터리 안정성과 특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기술만 있다고 아무나 만들어서 팔 수 없다. 제조 단계부터 잠재고객사 요청에 따라 업체별, 제품별로 최적화된 첨가제를 개발해야 하며 완성 후에도 공급라인 전반의 철저한 신뢰성 검증 과정을 통과해야 비로소 납품이 확정된다. 개발과 공급 절차가 굉장히 까다로운 만큼 부가가치가 높아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율이 책정되는 것. 국내 첨가제 분야에서 특히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으론 천보, 동화일렉트로라이트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광무와 에코프로에이치씨엔은 비교적 새롭게 첨가제 시장에 뛰어든 플레이어들이다. 보수적인 시장이지만 이미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한 만큼 사업은 큰 무리 없이 안착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광무는 엔켐과 밀접한 비즈니스 관계가 있고, 에코프로에이치엔도 내부 공급이 가능한 만큼 수요처는 이미 정해져 있다”며 “관련업 특성상 사업 개시, 증설 계획 등이 발표됐다는 건 이미 내부적으론 상당한 준비가 이뤄졌을 것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20%의 마진율이 반드시 보장되는 건 아니다. 이는 업계 평균일뿐 시장 안팎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첨가제 생산에 필요한 소재 가격 변동성, 공급가에 대한 유통망 내 이견을 좁히는 문제가 항상 쉽지 않다”며 “현재는 중국산과의 가격 경쟁력 확보도 우선시되며 전기차 벨류체인 특성상 공급망 이원화와 원가 경쟁력 확보에 대한 압박도 지속적으로 따르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도 첨가제 관련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들이 높은 마진율에 기대를 걸고 사업화를 시도하는 일이 많았지만 현장의 마진율 관리, 가격 조정 부담에 따라 신사업 검토나 시작 단계에서 포기하는 곳들도 적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결과적으로 첨가제는 고도의 제조기술, 엄격한 신뢰성 평가 통과,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와 동시에 재료 시장에 대한 충분한 가격 조정 노하우까지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사업인 셈이다.

한편 국내 주요 전해액 제조사 엔켐이 중앙디엔앰과 설립한 합작사 ‘이디엘’은 지난 2일 전북 새만금국가산단에 연산 5만톤 규모의 리튬염(전해액 재료)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6000억원가량이 투자되는 대공사다. 이를 통해 북미에 동시다발적으로 건설 중인 전해액 공장에 필요한 소재를 공급할 계획이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도 올해 미국 테네시주에 8만6000톤 규모 전해액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 2020년 전세계 2차전지 전해액 수요가 총 13만5000톤에서 2025년까지 109만3000톤, 연평균 42% 성장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신규 투자와 수요 증가 등이 맞물려 경쟁력 있는 첨가제 제조기술을 갖춘 기업들의 해외진출과 성장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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