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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의 감산 효과 아직"…삼성, '반도체 흑자' 언제쯤 [소부장반차장]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 2분기도 조단위 적자…상반기 8조원 내외 마이너스

- 하반기 추가 감산 가능성…4분기 흑자 전환 기대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가 1분기 이어 2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2개 분기 연속 수조원 영업손실을 낸 탓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3분기부터는 일부 고객의 메모리 구매 재개, 감산 효과 본격화 등이 동반되면서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2023년 2분기 4조원 내외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사마다 구체적인 수치는 다르나 지난 1분기(-4조5800억원)보다 소폭 줄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 6000억원으로 14년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

반도체 불황은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정보기술(IT) 기기 판매량이 해당 시점부터 급감했고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증설 속도 조절에 나선 영향이다. 메모리는 물론 전례 없는 호황기를 누리던 시스템반도체 분야까지 혹한기에 돌입했다.

메모리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빅3’ 재고자산이 수십조원까지 불어날 만큼 타격이 컸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통상 4주 내외였던 재고 일수는 20주 내외로 약 5배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3사 모두 적자는 불가피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일찌감치 반도체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에 들어갔다. 고객들이 메모리 구입을 축소하거나 늦추자 생산량 자체를 최소화한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치킨게임을 유도해왔다. 내부 의견이 엇갈린데다 외부에서 동참을 바라는 눈치였음에도 삼성전자는 수개월 동안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

문제는 예상보다 골이 깊었던 점. 공정 전환, 생산라인 효율화 등을 통한 기술적 감산에 그치지 않고 지난 4월부터는 감산 카드를 꺼내들었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이후 25년 만의 결정이다.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당시 삼성전자는 “특정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을 내려 이미 진행 중인 라인 운영 최적화 및 시험생산(엔지니어링 런) 비중 확대 외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 재고가 충분한 중저가 제품부터 웨이퍼 투입을 줄여나가겠다는 뜻이다.

반도체 제작 기간이 3개월 전후임을 고려하면 감산 효과는 2~3개월 뒤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삼성전자 실적을 보면 2분기까지는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셈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산에 대한 전략 판단이 늦었던 점은 아쉽다”면서 “메모리 업황 개선은 3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다. 8개 분기 만에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ASP)가 각각 7%, 5% 상승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불확실한 수요가 부담스러우나 국내외 메모리 제조사의 재고 및 실적 방향성은 명확한 우상향”이라며 “D램 업체드르이 생산 감소에 따른 재고 피크아웃과 일부 고객의 재고 소진 등을 감안하면 업황의 바닥 통과는 확인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하반기에도 감산 작업을 지속한다면 관련 영향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당장 메모리 생산을 정상화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하반기부터는 ASP 증가는 물론 수요공급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고대역폭 메모리(HBM),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차세대 제품 수요가 인공지능(AI) 등 첨단 영역 확산에 따라 빠르게 늘어나는 점도 호재다. 삼성전자 역시 수요 대응을 위해 관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이 현실화하면 삼성전자 DS부문은 3분기 2조원 내외 적자를 내고 4분기부터 흑자 전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반적인 전망은 긍정적인 가운데 변수도 존재한다. 기대만큼 수요가 살아나지 않을 수 있는 데다 재고가 여전히 상당한 부분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에 쉽사리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대되는 포인트가 분명함에도 좋아질 것이라 확신할 수 없는 이유”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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