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이 공개됐다. 우선 향후 1000억원 이상의 대형 공공SW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민간투자형 사업이나 일부 예외 인정 사례를 통해 제한적인 영역에서 사업이 가능했던 대기업 입장에선 문호가 확대된 셈이다.
하지만 개선방안을 두고 여전히 업계 간 이견은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개선안이 대‧중‧소기업 모두를 만족시키는 안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개선안을 두고 대‧중‧소기업 대부분이 각자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다만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의 정책 방향이 이번 회의를 통해 일치되는 방향으로 정해진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대기업 참여 제안 완화했지만, 서로 불만 제기=지난달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개선안을 발표했다.
현재 SW진흥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대기업의 공공SW 사업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사업의 경우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형사업에서 대‧중견기업간 경쟁을 활성화해 품질 제고를 이끌고 발주기관과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단 1000억원 미만 사업은 현행대로 예외 심의를 거쳐 허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컨소시엄 구성 시 중소기업 참여가 절반 이상이어야 만점을 받을 수 있었던 상생협력 제도에서도 5등급에서 3등급으로 개편해 최고 기준 40% 이상을 만족하면 3등급(최고점)을 주기로 했다.
또한 1000억원 이상 대형 사업의 컨소시엄 구성을 보다 다양화하기로 했다. 이제까지는 구성 사업체 5개 이하 최소 지분율 10%였지만, 구성원 10인 이하 및 최소 지분율 5% 이상으로 완화한다.
대형 공공SW 사업의 사업수행 실패, 혹은 귀책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지분율에 따라 지체상금 및 배상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1000억원 이상 사업에서 주사업자 외 4개 중소기업이 최소 10%씩 지분율을 나눠가지면 산술적으로 기본 100억원에 해당하는 비용을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국내 SW중소기업이 100억원 이상의 배상을 감당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런 구조에서 지분율이 5%로 낮아진다 하더라도 중소기업의 부담감은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억원 내외의 비용에 생사가 오락가락 하는 곳이 국내 SW업계다.
반면 주사업자의 책임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컨소시엄이 5개에서 10개로 넘어가면 그만큼 관리해야 할 접점도 늘어난다. 최근 진행된 모 금융 차세대사업의 경우 컨소시엄간 사업 수행 과정을 주사업자가 관리하지 못한 관리부실 문제가 불거진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사업자가 개별 컨소시엄에게 사업수행 과정을 보고받는 식인데 형식적으로 진행된다. 몇주차 개발이 완료됐고 테스트에 들어간다는 등 일방적으로 보고되는데 테스트 과정에 들어가서야 문제 발생을 인지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설계 품질과 구축 품질 연계 될까?=SW 설계·기획 사업은 사실상 대기업에 빗장을 연다. 대‧중견기업 참여제한 대상 SW사업에서 ISP(정보화전략계획) 사업과 같은 설계‧기획 사업을 제외했다. 대기업의 참여로 SW 설계·기획 내실화를 꾀해 본 사업의 품질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이 참여한다고 SW 설계·기획의 품질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는 성급하다. 이미 대기업이 참여한 대형 공공SW사업에서도 문제는 발생했다. 애초에 대형 공공SW 사업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발주처인 공공기관이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이 발주를 내는데서 불거진다.
과업 요건정의와 설계는 ISP 사업자 뿐만 아니라 발주처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자체적으로 ISP 사업발주를 위한 역량을 보유한 곳은 손에 꼽는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그동안 대형 공공SW사업의 제안요청서가 발주처가 아닌 시스템 유지보수 업체와 협력업체들의 협력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ISP 사업이 대기업으로 넘어가면 이어지는 본사업도 대기업의 참여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를 테면 1000억원 이상의 대형 공공SW사업에서 ISP를 특정 대기업이 가져갈 경우 이후 이어지는 본사업도 ISP를 수행한 대기업이 가져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금융권 차세대사업 등 대형 사업에서 흔히 볼수 있는 사업 프로세스다. ISP를 통해 기존 시스템(AS IS) 시스템과 미래 시스템(TO BE) 시스템 분석, 과업 구조 분석 등을 수행한 업체가 시스템 구축까지 하는 통일성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금융 IT사업의 구조였다. 물론 ISP 사업과 시스템 구축 사업을 분리해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사업대가 협상 과정에서 양측이 어긋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설계 품질과 시스템 구축 능력을 동일시할 경우 1000억원 미만의 공공SW 사업에서 대기업참여 예외적용을 청구하는 공공기관이 많아질 공산도 크다. 그런 면에서 이번 교육부의 나이스(NEIS) 사업에서의 시스템 오류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과 해결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단순히 모든 시스템의 문제를 수행사의 시스템 구축 능력 부족에서 찾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보다는 구조적인 문제, 이번 개선방안에서 도출된 기존의 공공SW 사업수행 방식에서 불거진 문제가 바로 사업 품질 저하로 이어졌는지 결과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도급 적정성 평가, 제값받기가 우선돼야=하도급 계획 적정성 평가 강화도 이번 개선방안에 언급됐다. 과기정통부는 대기업 참여인정 사업 및 1000억원 이상 사업에서 하도급 비율에 따른 차등평가제를 도입해 과도한 하도급 관행을 막을 계획이다. 현재 대형 공공SW 사업에서는 사업자들이 하도급 비중을 50%까지 채우는 관행으로 품질 저하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주사업자에 대한 하도급 억제가 인건비 상승을 불러일으켜 사업 품질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공공SW 사업대가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도급 비중이 줄어들면 주사업자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법 하나가 줄어드는 셈이다.
시스템 구축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건비인데 그동안 주사업자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하도급업체에 비용을 떠넘기는 구조로 사업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하도급 차등평가제를 통해 하도급을 억제할 경우 현재의 공공SW 사업대가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문제점으로 꼽히고있는 저가수주, 개발자 품질 문제 등은 모두 소프트웨어 사업 대가 구조가 현재 마른수건을 짤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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