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선대회장 ‘신경영 선언’ 30주년
반도체 등 성장으로 1993년 이후 삼성 가치 200배
이재용 회장 체제서 맞이한 위기…주력 반등·신사업 발굴 과제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은 상품기획이 약하다. 개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시장에 물건을 내놓는 타이밍도 놓치고 있다.”
1980년대 말부터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에서 근무하던 후쿠다 다미오 고문의 보고서 일부다. 남의 것을 베끼기 바쁘고 선진국 시장에서 싸구려 취급을 받는 삼성의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선대회장)은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비행기에서 해당 문건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입국하자마자 본사 주요 임원과 각국 법인장 200여명을 현지 켐핀스키 호텔로 불러모았다. 이 자리에서 이 선대회장은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 ‘신경영’의 시발점이다.
이 선대회장은 이후 영국 런던, 일본 오사카·후쿠오카·도쿄 등을 거치면서 치열한 2달을 보냈다. 이 기간 1800명과 350시간 대화했고 삼성 사장단과 800시간에 걸친 토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7일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30주년을 맞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0년이 흐른 현재 이 선대회장은 세상을 떠났으나 삼성은 국내 1등에서 글로벌 1등으로 도약했다.
1993년 3조1000억원 내외 수준이던 삼성그룹 시가총액은 올해 기준 600조원을 훌쩍 넘어 200배 이상 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연매출 302조2314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삼성은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났지만 다시 한번 갈림길에 섰다. 30년간 선두를 달리던 메모리 사업은 적자로 돌아섰고 모바일, 가전 등은 전방산업 부진에 경쟁력 저하까지 겹치면서 대위기에 직면했다. 앞서 예고한 인수합병(M&A) 작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러한 분위기 속 삼성그룹은 별다른 행사 없이 신경영 선언 30주년을 보내기로 했다. 과거 기념식, 사내 방송 등을 진행했으나 이재용 회장 체제로 전환한데다 세계적인 불황이 길어진 만큼 현안에 집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기존 주력 사업에 바이오, 2차전지 등을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계열사 현장을 연달아 찾은 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BMW, 존슨앤드존슨,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연쇄 회동하면서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분야 인재를 대거 영입하는 한편 특허·상표권 등 확보에 집중하면서 미래 준비도 현재진행형이다. 반도체, 모바일 등 핵심 사업군에 대해서는 관성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이전과 다른 혁신을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 착공, 갤럭시 전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 착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제2의 신경영’을 통해 미래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선대회장이 카리스마, 추진력 등을 내세웠다면 이 회장은 소통, 동행 등이 키워드로 꼽힌다. 이러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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