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엔데믹 전환과 함께 배달업계는 지속 성장이 가능한 방법을 마련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배달업계는 고객주문과을 받고 배달업무를 병행하는 통합형 플랫폼(배민·요기요 등)과 배달대행사와 가맹점을 프로그램으로 중개하는 분리형 배달 플랫폼(바로고·로지올 등)으로 나뉜다. 사실 위기는 분리형 배달 플랫폼에 먼저 드리웠다.
코로나19 시기 배달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음에도 주요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은 오히려 적자가 나란히 확대했다. 플랫폼사들이 50여개 이상으로 경쟁사가 많아, 주요 수익모델인 지역 배달대행사 대상 수수료 등을 올리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업계는 2021년 이후 신규 투자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상황은 어려워졌지만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감은 더 커졌다. 배달시장이 커지고 배달기사 같은 특수고용직 고용·산재보험 대상이 되면서 플랫폼사들이 신고·납부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배달기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곳은 지역 배달대행사들이지만 업무 효율화를 위해 플랫폼사가 전담 인력을 투입해 관련 업무를 진행한다.
배달기사 유상운송 보험료 부담을 덜기 위해서 배달서비스 공제조합도 설립했다. 적자 상태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은 공제조합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국토부 눈치를 보며 자본금을 출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선 플랫폼사와 지역 배달대행사 불공정 계약을 지적했고, 이들은 경업금지·위약금 등 계약해지 조건을 자율 시정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가맹점과 라이더 보호 조치는 필요한 게 사실이다. 특히 ‘플랫폼’ 지위가 강화하면서 이들 책임을 확대하는 건 IT업계 전반 흐름이다. 단 문제는 배달대행 업계는 ‘갑’과 ‘을’이 존재하지 않으며 훨씬 복잡한 시장구조를 갖고 있다. 이 속에서 플랫폼사들 간 경쟁, 플랫폼사와 배달대행사 갈등, 배달대행사와 가맹점·라이더 갈등이 팽배하다.
혼탁한 시장 상황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준 책임감은 플랫폼사들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고용보험 처리 효율화를 위한 공단-플랫폼사 API 연동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고, 지원금 삭감 이야기도 나온다. 공제조합 설립 시 언급되던 정부 지원 예산도 결론적으론 ‘0원’이었다.
적자 상태에서 책임에 따른 비용은 늘어나니 플랫폼사들도 차별화된 서비스나 새 수익모델을 찾기보다 지역 배달대행사들을 확보에 총력이다. 이 과정에서 생태계를 흐리는 일들이 난무해졌다. 배달대행사를 ‘모시기’ 위한 수억원대 현금 지원을 제시하기도 하고, 이에 따라 원만한 계약해지를 거치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는 배달대행사도 증가했다.
플랫폼이 짊어져야 할 책임은 커졌지만 경쟁이 격화하며 생태계 내 힘은 더 약해진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생존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행위는 업계가 함께 근절해야 한다. 플랫폼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이다. 사회적 효용을 지속 확대하기 위해선 배달대행 업계에서 출혈 경쟁보다 질서 마련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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