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영어와 언어적으로 매우 다른 한국어와 일본어 서비스는 일종의 도전입니다. 또 한국과 일본은 신기술 채택에 있어 최첨단을 달리는 매우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지역으로,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 두 시장에 (진출을) 확대한다는 것은 큰 가치가 있죠.”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글로벌 기자 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챗봇 ‘바드’에 영어 다음으로 한국어와 일본어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전 세계 18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바드가 우선 지원하는 외국어로 한국어와 일본어를 선택했다는 소식에 국내 정보기술(IT)업계도 들썩였다.
생성형 AI 챗봇 ‘챗GPT’가 AI 열풍의 주역이 되면서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 간 AI 전쟁이 점화한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도 본격적인 대응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양사는 국내 대표 IT 기업답게 ‘한국어 특화’를 차별점으로 강조한 만큼, 국내 시장에서 바드 성공 여부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네이버와 카카오가 개발 중인 초거대 AI 모델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기업에 비하면 다소 늦은 행보다. 올 하반기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차세대 AI 검색 기능 ‘서치GPT’(가칭)를, 카카오는 ‘코GPT 2.0’(가칭)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코GPT 2.0 경우, 상반기 공개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더 미뤄졌다.
이럴 때일수록 업계는 정부가 나서서 AI 학습 데이터와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지침부터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생성형 AI는 사전에 학습한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서 보다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기업들은 자신들이 연구 개발하는 AI를 더 고도화하는 데 유리하다.
문제는 기업이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AI를 학습시키는 단계에서 일종의 장애물에 가로막힌다는 점이다. 무심코 활용한 데이터가 개인정보나 저작권 침해 같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그 누구도 할 수 없어서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경우,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TDM(Text and Data Mining) 면책조항’을 두었다. 입법으로서 AI 학습을 위한 복제 행위를 허용한 것이다.
한국도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을 통해 관련 면책조항을 설정했지만, 현재 이 개정안은 1년이 넘도록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규제법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계류된 원인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간 입장 차를 지목한다. 과기부는 IT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주창하는 반면, 문체부는 창작자 보호에 방점을 찍기에 상대적으로 법안 개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마냥 손 놓고 있지는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지난 2월 ‘AI-저작권법 제도개선 워킹그룹’을 발족하고 AI 생성물에 대한 안내 사항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챗GPT와 자율주행, 로봇 등 AI 시대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을 위한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 오는 9월까지 ‘디지털 권리장전’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에도 기업들의 AI 기술 고도화를 지원할 안전장치인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이 통과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더 적극적인 법제화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는 옛말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빅테크 AI들은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더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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