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 2022년 이어 2023년 1분기 연구개발비도 국내 1위
- '기술 초격자' 중심 경영방침 지속 강화... 전고체전지 조기 상용화 가능성 기대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삼성SDI가 1분기 연구개발(R&D) 비용도 대폭 늘려 ‘초격차 기술경영’ 의지를 확고히 했다. 배터리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전지 2027년 양산 목표 달성에도 힘을 싣는 모습이다.
삼성SDI가 지난 15일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분기에 집행한 연구개발비는 총 3088억원이다. 지난 5년간 꾸준한 증가세가 확인되며 2022년에는 최초로 연간 연구개발비 1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삼성SDI는 주요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비교해도 연구비 총액, 매출 대비 투자 규모에서 크게 앞선 모습이다.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은 연구비로 2262억원을 투자했다. 매출 대비 2.6% 수준이다. 같은 기간 SK온은 845억원을 투자했다. 매출 대비 2.56%다. 삼성SDI가 투자한 3088억원은 매출 대비 5.8% 규모로 1분기부터 이미 경쟁사들보다 약 2배 높은 수준을 보였다.
삼성SDI는 두 경쟁사와 달리 전자재료 사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사업 매출 규모는 지난해 전자재료 사업 대비 6.8배에 달하며 성장률 측면에서도 압도적이다. 현재 투입되는 연구개발비의 상당 부분은 기술 과제가 산적한 배터리 부문에 집중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의 이 같은 연구개발 투자 행보는 ‘초격차’로 상징되는 삼성 그룹의 기술 우대 경영 DNA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와 주요 임직원들도 올해 신년사, 실적발표, 외부행사 등에서 이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특히 2027년 전고체전지 양산은 삼성SDI가 대외적으로 선언한 핵심 과제다. 전고체전지는 배터리의 4대 요소(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중 리튬이온의 이동통로 역할을 하는 전해액을 고체 소재로 바꾼 것을 말한다. 이런 고체 전해질은 외부 충격에 강하다. 덕분에 화재 및 폭발 위험이 낮으며 분리막을 비롯해 기존 배터리에서 여러 요소를 대체할 수 있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한마디로 전고체전지 기술은 안전하면서 1회 주행거리가 더 긴 배터리를 만드는 핵심 열쇠다. 배터리 기술 부문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이유다. 삼성SDI는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시 SDI연구소에 6500㎡(약 2000평) 규모의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을 착공하고 관련 기술 개발과 양산 준비를 본격화했다.
업계에선 전고체전지의 상용화 시점을 보통 2030년 전후로 본다. 기술 구현 난이도가 높은 까닭이다. 삼성SDI는 이를 3년여나 앞당긴 2027년으로 공언했다. 단순 양산이 아닌 ‘대량양산’이 목표다. 그만큼 충분한 기술 안정성과 생산설비 및 고객사를 확보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에 삼성SDI를 제외한 업계 관계자, 연구자들은 기술 구현의 가능성 외에도 대량 생산이 이뤄질 만큼 충분한 가격 경쟁력이 갖춰질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삼성SDI 입장에선 ‘자존심’의 문제다. 타사 대비 더 많은 연구자원을 투입하더라도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더불어 현재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패권을 두고 중국의 CATL, 일본의 파나소닉, 한국의 배터리 3사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삼성SDI의 점유율은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삼성SDI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5.2%로 5위였다. SK온(6.4%)과의 격차는 크지 않지만 LG에너지솔루션(14.9%)와 비교하면 크다. 중장기 시장 경쟁력과 점유율 제고를 위해선 판도를 바꿀 핵심기술의 선제적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삼성SDI는 우선 2024년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밀도를 10% 이상 높이고 급속충전 성능을 크게 개선한 6세대 ‘P6’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존 하이니켈 배터리의 성능 강점은 유지하면서 고가 원료인 코발트를 제외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NXM 배터리’, 가성비와 안정성이 강점인 중저가용 ‘LFP 배터리’ 개발을 본격화하며 보급형-고급형에 이르는 포트폴리오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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