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8주년 대기획]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준비하라(Beyond AI)’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85조~850조.’
많은 양의 데이터를 기억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두뇌를 묘사해야 한다. 이때 신경세포 개수와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를 모두 저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모두 85조에서 850조개의 저장장치가 필요하다. 현재의 기술로는 한계가 있지만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AI) 반도체는 이를 감당할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AI 반도체가 차세대 반도체 또는 미래 시대의 반도체로 여겨지기도 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시장 전반에 침체가 지속되며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줄기 희망으로 떠오른 게 AI 반도체다. 챗GPT를 중심으로 초거대 생성형 AI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자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도 덩달아 떠오른 것.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역시 AI 반도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며 미래 대비에 나섰다.
16일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 매출액은 2020년 76억달러(약 10조원)에서 2022년 157억달러(약 20조원)에서 2024년 482억달러(약 64조원), 6년 뒤 2026년에는 9배 이상 늘어난 709억달러(약 9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AI 반도체는 단어 그대로 ‘AI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반도체’다. AI는 빅데이터를 학습한 후 이를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해 내는 기술인데, 이때 AI 반도체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역할이다. 사람의 뇌와 같이 연산(Processing) 기능을 담당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뜻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할 때, 탑재된 AI 반도체가 촬영하는 피사체가 인물인지 사물인지 인식한 후 그에 맞는 촬영 모드를 조정해 준다. 이와 같은 원리로 음성 인식, 자율주행 자동차,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된다.
AI 반도체는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주문형반도체(ASIC)→뉴로모픽 및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등 다양한 종류로 발전한다.
직렬로 연산을 처리하는 CPU보다 병렬로 연산을 처리하는 GPU가 좀 더 빠르게 연산을 처리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두 방식 모두 전력 소비가 높다는 한계가 있다. 이 둘의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한 게 FPGA와 ASIC다.
이보다 발전한 형태는 인간의 뇌신경구조를 모방한 뉴로모픽(Neuromorphic), PIM(Processing-In-Memory) 등이다. PIM은 메모리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해 데이터 이동을 줄여 더 많은 기능을 더 적은 에너지로 활용하는 차세대 반도체다.
국내 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반도체,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역량 키우기에 집중한다. HBM은 수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성능을 크기 끌어올린 제품으로, SK하이닉스가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연산 처리 능력뿐만 아니라 저장 능력도 반드시 갖춰져야 하는데, 이 두 가지 부분을 모두 최적화한 제품이 HBM”이라며 “이 점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최근 HBM에 대한 중요성과 경쟁력 확보를 피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HBM3 양산 준비를 마친 삼성전자는 더 높은 용량을 다룰 수 있는 차세대 제품인 HBM3P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김재준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사장은 지난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고성능·고용량 D램 위주로 수요가 증가하고, AI 시장에 대한 수요 증가 등에 적기에 대비하기 위해 HBM2 등을 제공해 왔다”라며 “현재 (양산 준비를 마친) HBM3뿐만 아니라 하반기에는 HBM3P도 양산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기존보다 용량을 50% 확대한 24기가바이트(GB) HBM3을 내놨다. 올 하반기에는 차기 HBM 모델인 8기가비피에스(Gbps) HBM3E 시제품을 내놓고 내년 상반기 양산에 돌입한다.
지난 1분기 SK하이닉스 컨퍼런스콜에서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올해 HBM 수요는 매출 기준 지난해 대비 50%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면서 “8Gbps HBM3E 샘플 공급과 양산 준비는 차질 없이 수행하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일제히 관련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9년 네이버 스타트업 양성 조식 D2SF를 거쳐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에 8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통신 3사 중 SK텔레콤은 지난 2020년 데이터센터 전용 AI반도체 ‘사피온 X220’를 공개한 후 SK텔레콤·SK스퀘어·SK하이닉스 3사가 뭉쳐 반도체 설립기업(팹리스) ‘SK ICT 연합’을 설립해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KT도 작년 7월 AI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리벨리온에 300억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며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을 공개했다.
한 전자기업 관계자는 “AI 반도체는 산업 전 영역에서 가장 화두인 만큼, 이를 구동하고 구현하는 AI 반도체에 대한 관심도도 크게 높아졌다”라며 “앞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확대될 만큼 선제 투자 및 연구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가장 관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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