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 라이프’. 국내 전기차 충전기 제조 스타트업 에바(EVAR)의 슬로건이다. 처음엔 기업의 흔한 희망사항 내지 마케팅 문구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경기기업성장센터에 위치한 에바 본사에서 기자가 본 것은 이미 '현재'인 모습이었다.
전세계 친환경 전기차 보급 대수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전세계 전기차 인도량은 약 270만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성장했다. 또한 다수의 완성차 제조사가 전기차 신모델 개발과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에 성장 속도는 매년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전기차 구입을 망설인다. ‘충전 인프라 부족’이 가장 큰 이유다. 전기차 충전소 수는 아직 주유소 대비 턱없이 적고 아파트 주차장 등의 충전기 보급도 더디다. 충전기가 부족하다 보니 이를 사이에 둔 주민 간 갈등이 적지 않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전해진다.
이를 해결하려면 결국 전기차 충전기를 더 많은 곳에 현장 특성에 맞춰 적절히 공급할 필요가 있다. 이를 가속하기 위한 자금 및 정책 지원은 정부의 몫이지만 '쓸만한 충전기'를 만드는 건 기업의 몫이다. 그리고 에바는 이미 충분한 수준의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 충전도 찾아오는 서비스 필요…자율주행형 충전기 ‘파키’
에바의 뿌리는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이다. 2018년 분사 창업과 함께 세계 최초로 전기차 자동충전 자율주행 로봇 ‘파키(Parky)’를 개발했다.
보통의 충전기 제조사라면 주유기가 연상되는 박스형 충전기 개발을 당연시한다. 에바는 달랐다. 내연기관차와 경쟁하려면 전기차 충전이 더 편리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려면 충전기가 사용자를 찾아 이동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에바의 첫 제품인 파키의 아이디어도 이훈 에바 대표가 매일 밤 유선 충전기가 아닌 보조배터리로 휴대폰을 충전해야 했던 시절 떠올린 것이다.
파키의 콘셉트는 독특함 그 자체다. 내부에 고용량 배터리가 탑재된 파키는 주차장 내부에서 차량 위치까지 스스로 장애물을 탐지(LiDAR, 초음파 센서 이용)해 이동하며 충전이 필요한 차량 앞까지 이동한다.
운전자가 할 일은 파키 호출용 QR코드를 스캔한 뒤 근처에 설치된 충전 커넥터를 차량에 연결하고 떠나는 일이다. 목적지에 도착한 파키는 충전기와 자신을 연결해 차량을 충전한 뒤 원래 자리로 돌아가 사용한 배터리를 재충전한다.
이는 주차장 관리 측면에서 충전기 설치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방식이다. 모든 주차장 기둥에 전력시설을 새로 설치하는 대신 커넥터만 부착하면 전력은 로봇으로 유연하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건 아직 보급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신기술에 속하는 자율주행은 아직 국내에서 안전 기준이 세세하고 제품 인증절차도 까다롭다. 파키와 같은 제품은 품목 가이드라인조차 없어 인증 이전에 수년 이상의 테스트 기간이 소요된다. 2023년 현재도 자율주행 충전기는 실외에선 이동조차 불법인 상황이다. 에바 입장에선 사용자 수요를 고려한 제품을 내놨지만 당시엔 사실상 판매가 어려웠던 셈. 다만 이후 세계 최대 IT제품 전시회인 CES에서 파키가 2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하며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 밀거나 싣거나, 전동카트형·차량형 충전기
자율주행 충전기가 규제에 가로막히자 에바가 구상한 제품은 자율주행을 뺀 전동카트형 충전기다. 대신 편리한 이동을 돕기 위해 근력증강 기술을 넣었다. 725kg에 달하는 대형 충전기를 누구나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센서는 손잡이에 센서가 내장돼 있어 별다른 조작이 필요 없다.
파키와 달리 에바의 전동카트 충전기는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제주도에서 '전기차 이동형 충전 서비스' 제품으로 선정돼 시범 사용되고 있다. 충전기에 커넥터까지 내장된 모델이므로 사용자가 직접 충전기를 이동하는 수고만 감내하면 실내외 어디든 보급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에바는 이와 더불어 아예 차량에 충전기를 싣는 ‘VMC(Van Mounted Charger)’ 모델도 개발했다. 내연기관차도 보험사가 긴급 주유서비스를 제공하듯, 전기차도 주행 중 도로 한복판에서 전력 부족으로 멈출 수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VMC다.
VMC는 현재 일부 국내 보험사와 캐나다 시장에 납품되고 있다. 특히 국내보다 치안이 좋지 않은 해외에선 밤늦게 충전이 필요한 경우 VMC를 이용한 주문형 충전 서비스가 대안이다. 국내에서도 향후 명절 고속도로 휴게소 등 충전 수요가 급증하는 구간에서 VMC가 효과적인 대안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 전력공유부터 화재감지까지 ’스마트 차저’
이처럼 에바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회사의 사업성 확보 측면에선 범용 제품의 개발도 필요했다. 그래서 2021년 개발한 것이 ‘스마트차저(Smart Charger)'인데 여기엔 ‘전력공유(Load Balancing)’ 기술이 탑재돼 시장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전력공유는 말 그대로 하나의 충전 배선을 다수의 충전기가 공유해 쓰는 방식이다. 가정용 ‘멀티탭’과 비슷하다. 에바의 제품은 7kW로 최대 5대, 11kW는 8대까지 동시 충전을 지원한다.
물론 전력을 나눠쓸수록 대당 충전 시간이 길어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퇴근 직후 장시간 중 충전을 진행하는 소비자들의 사용 패턴을 고려하면 큰 단점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런 전력공유형 충전기가 필요한 이유는 시공의 편리함과 비용절감에 있다. 이미 지어진 건물에 충전기 설치를 위해 전력 배선을 추가하는 경우 해당 비용이 막대하며 건물의 수전 용량 또한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바에 따르면 전력 공유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차저 2022는 단독형 충전기 대비 확장 설치비 최대 70%, 월 고정 운영비는 80% 절감된다. 또한 다른 전력공유 충전기보다 설치 용이성을 극대화해 차별성을 확보했다. 이 같은 점을 인정받아 스마트차저도 CES 혁신상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올해 공개한 스마트차저 2023 모델은 파키에 이어 또 한번 세계 최초 타이틀을 획득했다. 바로 ‘화재감지 기술’을 충전기에 탑재한 덕분이다. 이는 전기차 화재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최근 상황 가운데 전기차 제조사가 문제 개선에 참여한 노력으로 주목받았다.
전기차 화재는 발생 빈도가 높지 않으나 한번 발생 시 진압이 어려워 규모가 쉽게 커지는 특징이다. 현세대 배터리의 특성상 불이 나면 내부 화학반응에 따른 ‘열폭주’ 현상이 함께 발생돼 에너지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 계속해서 고열과 불길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이때는 물을 뿌려도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결국 차량이 전소되기 쉬우며 이 과정에서 주변 차량과 주차구역에 미치는 피해도 커진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업계와 소방당국에서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우선 중요한 건 초동대응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화재 발생을 즉시 인지하고 최대한 빨리 대피하거나 소방서에 신고함으로써 조기 진압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스마트차저 2023은 배터리에서 튀는 불꽃, 온도, 적외선 파장 등 다양한 요소를 감지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즉시 충전을 멈추고 서버와 연결된 관제센터에 화재 알람을 보낸다. 관할 관제기관에 대한 신고도 가능하다. 이 같은 특징은 기존 모델의 전력공유 기술과 더불어 국내 완속충전기 시장에서 에바가 확보한 선두 위치를 한층 공고히할 경쟁력으로 꼽힌다.
◆ 급속충전기 시장은 ‘품질’로 승부
이색 충전기, 스마트 완속 충전기로 존재감을 드러낸 에바의 다음 스텝은 100kW급 이상 급속 충전기 시장 공략이다. 이 영역만큼은 아직 에바에게도 낯설다. 관련 시장을 선점한 대형 제조사도 있다.
이 시장에서 에바는 품질 경쟁을 경쟁의 화두로 던질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급속충전기 시장의 핵심 문제인 잦은 고장을 개선할 수 있고 내구성을 극대화한 급속충전기를 오는 11월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면 에바는 비로소 ▲자율주행 ▲이동형 ▲차량형 ▲전력공유형 ▲완속·급속에 이르는 모든 전기차 충전 포트폴리오를 온전히 갖춘 기업이 된다. '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 라이프'도 에바의 본격적인 자랑이 될 시점이다.
에바는 앞으로도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고품질로 개발하는 일에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신동혁 에바 부사장은 “제조업은 결국 품질을 몸으로 느끼면서 개선해야 한다. 주먹을 불끈 쥐고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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