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다수 창작자가 같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유사한 카카오 이모티콘을 만든다면, 각 창작물 창작성은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저작권도 인정할 수 있을까.
AI를 활용한 예술·창작 활동이 활발해지며 AI 창작물 예술성 인정 여부와 저작물성, 저작권 주체 같은 쟁점이 대두된 가운데, 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생성AI 시대 법적 쟁점’을 주제로 특별기획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김지현 카카오 디지털아이템팀장은 “창작자 권리와 저작권이 중시되는 카카오 이모티콘에도 AI 창작물 저작권 이슈는 매우 조심스러운 주제”라며 디지털 이모티콘 생태계에서 생성형 AI에 대한 플랫폼의 고민과 대응 노력을 소개했다.
지난 2011년 카카오가 이모티콘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이모티콘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모티콘 창작자와 이모티콘 기반 산업 종사자는 1만여명에 달하며, 올해 관련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최근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모티콘 제안이 늘면서 해당 창작물을 판단하는 데 플랫폼들 고심이 커졌다. 일부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의 ‘이미지 학습에 대한 저작권 인정 여부’나 ‘해당 기술 사용 상품의 유료 판매 가능성’에 대한 이견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타인 창작물이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카카오는 이런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까지는 AI를 활용해 만든 이모티콘 입점을 제한하고 있다. 김지현 팀장은 “이모티콘 제안 단계에서는 창작자의 AI 기술 활용 여부와 사용한 AI 기술 활용 툴 종류를 파악할 수 없다”며 “이모티콘 입점 제한은 창작자가 입점 심사 과정에서 제공한 정보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특정 이모티콘이 생성형 AI를 활용했는지를 매일 파악하고 있는데, 대다수 창작물은 이 확인 과정에서 걸러진다고 한다. 만약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문제 소지가 발견되면 출시된 상품 판매를 즉시 종료한다는 내용도 사전에 고지하고 있다.
다만, 오픈AI 챗GPT의 전 세계적 돌풍이 촉발한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면 언제까지나 AI 기술 활용을 제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카카오 측 생각이다. 카카오는 연내 ‘AI 기술 활용 이모티콘 입점 정책’ 마련을 목표로, 한국인공지능법학회와 함께 세부적인 논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생성형 AI를 둘러싼 여러 법적 쟁점을 풀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입법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전고지 의무나 설명요구 등 일부 규제방식에 대한 검토는 있으나 큰 틀에서는 정책 외에 구체적인 검토가 부족하다는 현실 때문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인공지능 규제 법안이 있는 유럽연합과 달리, 한국은 인공지능 기본법이 부재한 상태”라며 “지난해 12월 윤두현, 윤영찬 의원 등 발의안이 나왔지만, 대부분 내용이 인공지능 정책과 관련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의무에 치중됐다”고 짚었다.
전응준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생성형 AI 산출물이 인간의 고도한 창작물과 유사한 형태를 띨 정도로 기술적 성장을 이뤘다는 점이 기존 저작권법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AI 산출물을 가지고 마치 사람의 저작물 인양 저작권 보호를 청구하는 현상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예측에서다.
전응준 변호사는 “이 같은 한계적 상황을 대비해 사후 70년에 달하는 저작권 보호기간, 실질적 유사성 영역에 미치는 권리보호 범위, 금지권과 형사처벌로 대표되는 권리보호 강도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