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전기차 배터리 고장 시 교체가 아니라 수리해서 쓰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고 저렴할 수 있다.
31일 일산 킨텍스 ‘서울모빌리티쇼 2023’에서 기자와 만난 배터리팩토리 이흥우 대표(사진)는 하이브리드차와 일반 전기차 배터리를 수리해 쓰는 것이 이익인 이유를 다각적으로 설명했다. 배터리팩토리는 배터리 검사 및 부분수리 기술을 보유한 중소업체다.
이 대표는 부스에 전시된 기아 ‘레이EV’의 고장 배터리를 예로 들며 “만약 배터리팩 중 하나의 모듈만 고장났다면 약 150만원 정도에 수리해 쓸 수 있다. 그런데 정비소에서 배터리 교체를 요구받는 경우 차 값의 절반 수준인 2400만원이 필요한데 교체를 택하긴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는 보통 배터리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부분 수리보다 배터리 판매 마진이 더 크기 때문이다. 높은 수리비 부담에 전기차 보험료도 내연기관차 대비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이는 친환경 특성과 저렴한 유지비를 이유로 전기차를 구매했던 이들에겐 ‘이중고’다.
폐차된 전기차의 배터리는 주로 리사이클링(재순환) 과정을 거쳐 핵심 소재를 분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만약 배터리의 물리적 손상, 극심한 노화로 회생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 특정 셀, 모듈 단위의 부분 고장이라면 폐기나 리사이클링은 수리보다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
배터리팩토리는 수리 가능한 배터리일 경우 복원이나 모듈 교체 등의 방식으로 수리를 진행한다. 이 대표에 따르면 복원은 출고 시점에 배터리 수명 관리를 위해 사용을 막아 둔 예비 구간을 충·방전을 통해 활성화시켜 전체적인 용량을 회복하는 방법이다. 교체는 배터리 내 고장 셀을 찾아낸 후 해당 셀이 포함된 모듈만 교체 후 밸런싱 작업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수리 안정성에 대해 이 대표는 “2017년 창업 후 국산과 외산 통틀어 1000대 이상을 수리한 노하우가 축적된 상태”라며 자신했다. 현재는 2010년 전후 시장에 등장한 하이브리드 차종의 배터리 노후로 관련 수리 물량이 많은 상태다. 이 대표는 BMW i3나 기아 쏘울EV 등 출시된 지 오래된 다음 세대 전기차들부터 배터리 고장 문제를 겪는 차량이 점점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배터리팩토리와 같은 제3의 업체를 통하는 경우는 ‘사설 수리’로 간주된다. 공식 제조사에서 지원하지 않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제조사 무상보증 기간 만료 이전이라면 사설 수리 후 보증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사업을 하는 이유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배터리 수리도 필요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와 배터리 업계가 친환경 정책으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대부분 폐배터리의 소재 재활용에 집중돼 있다. 이는 친환경 정책 관점에선 가치 있지만, 수리 가능한 배터리를 두고 차를 폐기해야 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손해다. ‘친환경 전기차 생태계의 성숙’이란 목표 가운데 정작 소비자는 소외돼 있지 않은지 정부와 산·학·연의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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