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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퀵커머스도 생필품 할인...대형마트와 경쟁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엔데믹과 고물가 등 외부환경에 따라 소비자 구매 패턴이 변화하면서 유통 업태 간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필수재’ 중심으로 소비하는 흐름에 따라 편의점과 퀵커머스 서비스 업체들도 생필품에 대대적 할인을 적용한다. 온·오프라인에서 경쟁이 심화한 대형마트는 다양한 상품군과 최저가를 내세워 고객 이탈을 최소화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물가 상황을 겨냥해 퀵커머스와 편의점 업계에서도 신선식품·생필품 품목 대상으로 대규모 할인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만 볼 수 있던 대용량 할인 프로모션을 집 근처와 온라인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간 편의점·퀵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생필품은 1~2인 가구를 겨냥해 즉시 처리할 수 있는 소용량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3~4인 가구 대상 대용량 상품을 주로 판매하던 대형마트와 구분되는 지점이었다. 단 고물가 상황을 겨냥한 생필품 할인을 채널마다 강조하면서 현재는 이 같은 경계가 사라진 셈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근거리 알뜰 쇼핑족을 겨냥해 대용량 생필품 중심으로 생활용품 카테고리를 재단장했다. 바디워시·티슈·세제 등 3~4인 가구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 용량이다. 특별기획한 상품인 만큼 이달부터 정상가 대비 최대 5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고, 통신사 중복 적용도 가능하다. 실상 최저가 판매나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용량 상품 선호 현상은 신선식품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CU 자체상품(PB) ‘득템 시리즈’는 1.8L 우유, 15구 계란, 180g 핫바 등이 각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득템 시리즈는 지난달 누적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편의점 전통적인 행사 방식인 ‘1+1’, ‘2+1’ 제품 출시와 쿠폰 지급을 통해서도 장보기 수요를 끌어오고 있다. GS25는 대용량 생필품 테크·피존 등 세탁 세제와 섬유탈취제 등을 비롯한 160여종 상품을 1+1으로 운영한다. 이마트24도 지난달까지 계란·쌀·우유 등을 업계 최저가로 진행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생활반경이 좁아졌을 때 온라인뿐 아니라 근거리 편의점에서 생필품, 먹거리를 구매하는 이용자들이 늘었다”며 “당시 경험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편의점도 소비자 수요를 파악해 상품 개발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식업에 치중했던 배달주문 앱도 퀵커머스를 통해 신선식품·생필품 판매 강화에 나섰다. 배달앱 요기요가 운영하는 장보기 서비스 요마트는 3월 한달 간 생필품과 가공식품, 신선식품 등 200여개 품목 대상으로 할인 기획전을 펼친다. 배달의민족 B마트도 매월 둘째주 화~토요일마다 ‘5일장’을 진행해 쿠폰 및 할인을 적용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배달앱 퀵커머스는 외식·배달 수요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다.
이마트 더 리미티드 상품
이마트 더 리미티드 상품
사실 대용량 생필품 중심으로 대대적 할인 프로모션을 적용해 고객을 모았던 곳은 대형마트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 매장에 들르는 고객들이 한 번 방문할 때 대용량으로 구매해 돌아가게끔 만드는 전략이었다. 단 다양한 유통 채널들이 장보기 상품에 대해 대형 할인을 적용하면서 대형마트는 쿠팡 등 온라인뿐 아니라 편의점과 배달앱과도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형마트는 편의점·퀵커머스와 크게 차이나는 상품 수, 그리고 최저가 상품을 차별점으로 내세워 고객 이탈을 막고 있다. ‘대용량’으로 언급되는 상품일지라도 매입 규모는 편의점보다 대형마트가 압도적으로 높은 데다 유통 프로세스 개선, 사전 계약 등을 통해 상품 단가를 상대적으로 더 낮출 수 있다는 이유다.

이마트는 고물가 시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 1월부터 ‘더 리미티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 상품들은 이마트가 매 분기별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신선·가공·생활용품을 선정해 최저가 수준으로 선보인다. CJ 햇반 상품은 평소 2달치 판매수량 이상인 6만3000여개를 준비했으나 출시 2주만에 판매가 완료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홈플러스도 대규모 할인행사 ‘홈플런’ 행사 1주차(3월1일~8일) 기간 매출은 전월동기대비 약 105% 증가했고, 고객 수도 50% 증가했다고 전했다. 홈플런 2주차 행사에선 한우·삼겹살·계란등 신선식품 등을 반값 판매한다.

다만 대형마트는 장보기 품목 경쟁 격화가 달갑지 않다. 코로나19 시기 역성장하던 실적이 이제야 조금씩 회복세를 띄는 과정에서 최저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수익성 개선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약 29조로 전년댜비 17.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451억원으로 전년대비 54.2% 감소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대용량 상품을 팔듯, 마트에서도 1~2인 가구를 위한 소용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각 업체들이 여러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상품 구색을 다양화하는 추세이지만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등 카테고리별 강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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