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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K 반도체' 수출 반토막·재고 첩첩산중…삼성·SK 1Q ‘적자의 늪’ [DD인더스

- 반도체 산업, 재고는 전년비 39.5% 늘고 수출액은 42.5% 줄고
- 1분기 삼성 SK 적자 유력…“하반기 반등 기대”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한국 반도체의 내우외환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반도체 재고 부담은 늘고 수출액은 반절 가까이 줄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상황의 척도가 되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모든 지표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올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 반도체의 재고율은 전월대비 28.0% 전년동월대비 39.5% 올랐다.

재고 부담은 높아졌지만 수출은 눈에 띄게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월 수출입 동향’에 의하면 지난 2월 반도체 수출액은 59억6000만달러(약 7조7807억원)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42.5% 줄어든 수준으로 사실상 반 토막으로 깎였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가까워 타 품목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반도체 업황이 시들해지면 한국 산업 수출 전체가 흔들리는데, 실제 2월 전체 수출액은 7.5% 줄어 5개월 연속 역성장을 보였다.

가격도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월 평균 PC용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1.81달러로 나타났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간 계약거래 금액으로 반도체 수요·공급의 바로미터다. D램 가격은 지난 2021년 7월 4.1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다. 작년 10월 2달러대로 떨어진 후 올해 1월에는 18.1% 급락해 1달러대를 기록했다. 2월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 2월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도 평균 4.14달러로 지난달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직격타 맞은 메모리 시장에 1분기 삼성·SK 적자 기정사실화

반도체 산업은 일정한 사이클(Cycle)이 분명한 분야다. 경기 호황기에는 정보기술(IT) 등 판매가 늘면 반도체 수요도 늘어 가격이 뛰고, 기업들은 일제히 생산량을 확대한다. 경기 침체가 찾아오면 공급이 수요보다 높아지고 가격이 떨어진다. 또 경기 호황기에 쌓아둔 제품이 팔리지 않아 재고가 높아져 수익성은 더욱 악화된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특히 사이클이 약 2년 주기로 찾아와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아 한 번 침체를 맞을 때마다 휘청거리는 구조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정성, 인플레이션과 같은 거시경제 위기까지 겹치며 하향 곡선이 심해졌다.

오는 1분기에는 예년 대비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수준의 재고가 특히 문제다. 작년 4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재고자산 총액은 52조1879억원으로, 처음으로 50조원을 넘겼다. 이는 전년 말보다 26%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15조6330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75% 올랐다.

증권가 전망치(컨센서스)에 따르면 오는 1분기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SK하이닉스의 적자를 유력하게 점쳐진다. 삼성전자 DS는 작년 4분기 적자를 겨우 면했지만 이번에는 D램과 낸드 재고가 크게 늘며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2조원 이상 영업손실을 기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메모리 의존도가 더 높은 SK하이닉스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증권가는 적게는 2조7000억원, 많게는 3조2000억원까지 적자를 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재고 상황은 1분기가 정점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 및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등은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2분기부터 하락세가 잦아들 것이라고 봤다.

이후 하반기를 기점으로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하반기에는 신규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등을 앞두고 있어 가격 반등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달 진행된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및 컨퍼런스 콜’에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수요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업계 전반에 재고가 증가했다”라면서도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 기초체력(펀더멘털) 수요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에는 신규 CPU 출시 등으로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라며 하반기 업황 반등을 예측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경기 둔화 우려로 기업들의 재고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신규 CPU 출시 등으로 고사양 서비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면서 “장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높은 재고 수준 정상화 등을 통해 수급 균형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지난해 웨이퍼 투입량을 축소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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