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국내 1위 사이버보안 기업이자 2위 물리보안 기업인 SK쉴더스의 주인이 바뀌게 됐다. 주인공은 유럽 최대 재벌이라고 불리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家)에서 운영하는 사모펀드(PEF) 운영사 EQT파트너스다. EQT파트너스는 SK쉴더스의 지분 68%를 보유, 경영권을 확보할 전망이다.
해당 내용은 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 중인 정보통신기술(ICT)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발표됐다. 박종호 SK스퀘어 부회장이 현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렌베리 가의 투자회사인 EQT파트너스 산하 EQT인프라스트럭처와 SK쉴더스를 공동 경영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EQT파트너스는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 일부와 맥쿼리자산운용 컨소시엄의 지분 전체를 약 2조원에 인수한다. 또 추가로 신주를 취득해 SK쉴더스의 지분 68%를 확보,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SK스퀘어는 지분 32%의 2대주주로서 SK쉴더스를 공동 운영할 예정이다.
벨렌베리 가문은 스웨덴 최대 재벌이다. 스웨덴 국가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한다. 발렌데리 가문이 운영하는 EQT파트너스는 최근 5년간 자금모집액이 3번째로 큰 PEF로, 총운용자산(AUM)은 약 156조원이다.
갑작스러운 발표는 아니다. 작년 11월 업계에서는 SK쉴더스가 EQT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리라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SK스퀘어는 당시 “SK쉴더스의 미래 성장을 위한 신규 투자 유지 및 지분매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EQT파트너스는 2021년 SK쉴더스의 상장 전 지분 투자에서도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SK쉴더스에 따르면 최종 계약 체결은 3월 3일 이뤄질 예정이다. 계약 체결 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및 각종 정부 인허가 절차를 거치게 된다. SK쉴더스는 모든 과정의 완료 시점을 올해 3분기로 예측하고 있다.
SK쉴더스는 대규모 투자 유치로 민간 사업의 확장 및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도 마련됐다고 밝혔다. 2000억원 규모 신주를 발행해 무인 매장, 인공지능(AI) 기반 보안 서비스 등 신규사업의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EQT파트너스가 보유 중인 해외 보안기업들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EQT파트너스는 시큐리타스(Securitas) 등 북미, 유럽지역에서 보안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사이버보안 기업의 오랜 숙원인 해외 진출의 물꼬를 SK쉴더스가 틀 수도 있다는 기대가 모인다.
SK쉴더스의 매각 소식에 업계에서도 여러 말이 오가는 중이다. EQT파트너스의 지분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이나 SK쉴더스의 기업가치는 최소 3조원 이상으로 평가된 것으로 추정된다. SK스퀘어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SK쉴더스의 기업가치가 지분가치 및 부채를 포함해 5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내 1위 물리보안 기업인 에스원의 2조1000억여원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SK쉴더스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물리보안(구 ADT캡스) 사업에서 발생한다. 순수 사이버보안 사업의 경우 20%가량으로 연매출 약 3500억원 이상 규모다. 주력 사업은 사이버보안 컨설팅 및 관제인데, 공공 사업의 경우 최대주주가 외국 기업이 됨에 따라 상당 부분 영향을 받으리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구조가 변경되는 것뿐인 만큼 극적인 변화가 있지는 않을 듯하다. 공공기관 보안 컨설팅이나 관제는 관련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는데, 이 라이선스는 유지되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최대주주가 외국 기업이 된 만큼 사업 주체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들다. 경쟁 기업들로서는 그 틈을 노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SK쉴더스는 “EQT파트너스 투자 이후에도 SK쉴더스 법인의 국적은 변경되지 않는 만큼 공공사업 참여에 제약은 없다. 라이선스도 유효하다”며 “SK쉴더스는 컨설팅 및 보안관제 부문에서 압도적인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공공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정보보안 사업 역량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설령 공공사업에 영향이 있더라도 SK쉴더스의 경우 수익구조가 다변화돼 있어 이번 투자로 얻는 ‘실’보다 ‘득’이 많을 것으로 평가된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의 25%가량을 차지하는 것도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SK쉴더스의 이번 매각이 기업공개(IPO)를 앞둔 사이버보안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리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중이다. 매각 과정에서 SK쉴더스가 높은 가치를 평가받음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국내 사이버보안 기업들과 신규 상장할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