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여유로운 틈을 타 웹툰과 웹소설을 보며 잠깐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당신, 콘텐츠 홍수 속에서 흥미로운 볼거리를 찾고 있나요? 시간을 순삭할 정주행감 콘텐츠를 탐색하고 있다면, <디지털데일리> 연재코너를 들여다보세요. 같은 소재 다른 줄거리, 두 편의 웹‘툰’ 또는 웹소‘설’을 다룬 <툰설툰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1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3월1일입니다. 1919년 3월1일은 일본 식민통치에 항거해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날인데요. 한반도 전역에서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 민족 해방을 위한 만세 운동을 펼쳤죠. 이처럼 수많은 독립운동가들 희생 속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3.1절을 맞아,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웹툰 두 편을 소개합니다. 독립운동을 하는 청년을 만난 후 인어공주처럼 목소리를 잃어버린 ‘수아’, 얼굴이 똑같이 생긴 부잣집 친일파 딸로 새 삶을 살게 된 ‘희’를 만나러 가볼까요?
◆목소리를 잃어버린 경성의 인어공주 이야기 ‘고래별’
주인공 ‘허수아’는 대지주의 딸 윤화 몸종으로 살고 있습니다. 수아는 어딘지 모르게 자꾸 화가 나 있는 윤화를 누구보다 아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수아는 윤화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사내를 만나게 됩니다.
어느 날 수아는 바닷가를 거닐다, 쓰러져 있는 사내를 우연히 발견해 목숨을 구해주게 됩니다. 그 사내는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강의현이었죠.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뜬 의현은 또 다시 바다에 빠지고 맙니다. 이번에도 수아가 그를 살려냈죠. 의현은 그런 수아를 ‘인어공주’ 같다고 말합니다.
“처음 수아 아가씨를 봤던 날, 제 눈에는 꼭 인어공주인줄로만 알았습니다.” “물고기 공주님이라고 하니, 꼭 수아 아가씨를 말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인어공주라고 말하는 그 모습, 수아는 싫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설레기까지 했죠. 그래서였을까요. 수아는 떠나버린 의현 대신 독립군 동지들에게 서신을 전달하기로 결심했죠. 하지만, 수아는 접선장소에서 독립군들 대화를 엿듣다 들키고 말죠. 의현의 동지 해수는 위험요소를 없애기 위해 수아에게 독극물을 먹입니다. 수아는 목숨을 건졌지만 인어공주처럼 목소리를 잃게 되고, 해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독립군 은신천 ‘고래별’ 카페를 찾게 됩니다.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입니다. 작품 내에서 고등어와 우럭, 오징어 한 축이 60전인 것을 감안하면 수아는 생선 수레 10개 가격에 대지주 집으로 팔려간 셈인데요. 그만큼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대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작품 제목이자 작중 독립군 은신처로 사용되는 카페명인 고래별은 서울 한자명인 경성을 다른 한자로 풀어낸 이름입니다. 고래 경(鯨)과 별 성(星)을 사용해 고래별이라는 이름이 됐죠.
네이버웹툰에서 2019년 6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고래별은 2021년 7월 완결됐습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한국만화가협회가 선정하는 ‘오늘의 우리 만화’로 꼽혔으며 2021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대통령상과 2022년 우수문화상품(K-RIBBON SELECTION) 문화콘텐츠 부문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죠.
이제 드라마로도 고래별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네요. 테이크원스튜디오가 고래별 드라마 제작에 나선다고 합니다.
◆두 소녀의 뒤바뀐 운명 ‘경성야상곡’
1928년 경성은 일본인 주거지역인 남촌과 조선인 주거지역 북촌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가난한 짚신 장수 개똥이의 딸 ‘희’는 북촌에 살면서,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짚신 장사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희는 학교에 가서 신학문을 배우고 싶습니다. 글공부를 한 후 멋진 모던걸이 되면, 잘 생긴 남자와 결혼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죠.
그러던 어느 날, 일본인이 많이 사는 번화가에 아버지와 함께 짚신을 팔러 간 희는 아버지 몰래 주변을 구경하러 돌아다니다 여자 구두 한 켤레를 보게 됩니다. 넋을 놓고 고운 자태를 구경하며 언젠가 꼭 신어보겠다 다짐하는 순간, 구두 가게 주인이 “썩 꺼져!”라면서 화를 내죠.
당황한 희는 뒤돌아 달려가다 그만 차에 치여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난 희는 거울을 보듯 똑같이 생긴 ‘영(마유미)’을 마주합니다. 영은 남촌 조선총독부에서 일하는 이환형(나카무라 미노루) 딸인데요.
사실, 영은 친일파 아버지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죠. 그 앞에서 희는 남촌에 사는 영을 부러워하며 일본을 치켜세우는 말을 쉴새없이 하죠. 영은 창문으로 희를 밀어버리고, 다시 눈을 떴더니 모두가 희를 마유미라고 부릅니다. 반면, 영은 희가 입고 온 낡은 옷을 입고 희의 아버지와 북촌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 아이가 왜 나랑 똑같은 몰골을 하고 얌체같이 빠져 나갔는지.” “그 아이는 왜 나 대신 우리집으로 갔는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카카오웹툰에서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연재한 ‘경성야상곡’은 똑같은 외모에도, 전혀 다른 위치에서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두 소녀의 시선을 보여줍니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두 여주인공은 각자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스스로의 몸을 해하는 것도 꺼리지 않습니다. 이들을 통해 경성야상곡은 일제강점기 시대 속에서 가장 낮은 곳과 높은 곳의 모순을 동시에 조명하고 있습니다.
수아와 희‧영, 이들 주인공 모두 나라 잃은 시대가 아니었다면 이런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 독립운동을 위해 힘써준 많은 분들을 추모하며 3.1절 의미를 되새겨 보는 건 어떠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