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오픈AI가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이하 LLM) GPT-3.5를 기반으로 선보인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가 정보기술(IT)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한 토큰(NFT) 등 작년 주요 화두로 떠오른 기술들을 제친 가운데 확산될 AI 생태계를 위한 기술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GPT-3.5와 같은 LLM이나 챗GPT와 같은 서비스, 그리고 이와 연계될 것으로 기대되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등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를 가능케 하는 컴퓨팅 인프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AI 연산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신경망처리장치(NPU)와 같은 AI 반도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올플래시 스토리지 등이다.
퓨어스토리지 에이미 파울러(Amy Fowler) 부사장 및 플래시블레이드 사업 총괄(GM)은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개월간 챗GPT가 큰 주목을 받았다. AI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줄곧 AI를 강조해온 퓨어스토리지에게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며 “퓨어스토리지는 2018년 엔비디아와 손잡고 딥러닝 훈련을 위한 ‘에이리(AIRI)’를 선보이는 등, AI 성능을 위한 스토리지 연구에 힘쏟아왔다”고 말했다.
◆올플래시 스토리지 기업 퓨어스토리지
퓨어스토리지는 올플래시(All-Flash) 스토리지 기업이다. 올플래시 스토리지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배제하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만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HDD로 구성된 스토리지 대비 높은 성능을 보인다.
성능과 함께 높은 전력 효율성 안정성, 낮은 집적도 등도 올플래시 스토리지의 장점 중 하나다. 시장 초기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가격이 HDD 대비 지나치게 높고 데이터 저장량은 낮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대부분 보완됐다. 이는 HDD 대신 SSD가 시장 주류로 자리한 일반 사용자용 컴퓨팅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올플래시 스토리지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것은 비정형 데이터 처리에 대한 수요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 행과 열로 표시할 수 있는 정형 데이터와 달리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영상 등의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보다 성능 높은 스토리지가 해졌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ML)을 위한 필수 인프라가 됐다는 의미다.
이에 대부분의 스토리지 기업들이 올플래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사용하지 않는 대규모 데이터를 보관하는 역할에는 테이프 스토리지를, 일반적인 용도의 데이터 보관·처리는 HDD 기반의 스토리지를, 많은 양의 데이터를 분석·처리하는 데는 올플래시 스토리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런 가운데 퓨어스토리지는 올플래시 스토지리 만을 다루는 전문 기업이라는 특색을 지닌다. 파울러 부사장은 “퓨어스토리지는 창립 초기부터 올플래시 아키텍처에 집중해왔다. 다른 스토리지 기업들이 낸드플래시 제조사가 만드는 범용 제품을 사용하는 데 그치는데, 퓨어스토리지는 낸드플래시에 자체 개발한 플래시 모듈을 탑재함으로써 성능과 효율성을 높였다”며 같은 올플래시 스토리지라고 하더라도 퓨어스토리지의 제품은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고성능·고효율·지속가능성이 무기
퓨어스토리지는 모듈식 하드웨어(HW) 플랫폼인 ‘플래시블레이드’와 소프트웨어(SW) 관리를 위한 운영체제(OS) ‘퓨리티’를 결합한 제품을 제공한다. 스케일아웃 스토리지 플랫폼 ‘플레시블레이드’, 핵심 애플리케이션(앱) 가속화를 위한 ‘플레이서레이//X’, 가장 높은 성능 및 확장성, 보안성을 갖춘 ‘플래시어레이//XL’ 등의 제품군을 보유했다.
엔비디아와 협력해 개발한 AI 인프라 ‘에이리’도 있다. 플래시블레이드, 엔비디아 DGX 시스템, 엔비디아 스펙트럼 및 퀀텀1 네트워킹 등 양사의 기술력이 결합된 제품이다. 테라바이트(TB)당 1.3와트(W)의 전력 대비 성능을 제공하는데, 경쟁 기업의 제품 대비 48% 이상의 높은 효율성을 제공한다고 피력했다.
퓨어스토리지가 고객들에게 특히 내세우는 것은 고성능·고효율·지속가능성이다. 성능과 효율성은 낸드플래시에 자체 개발한 HW 및 SW 기술력을 더함으로써 해결했다.
파울러 부사장은 “경쟁 기업들의 올플래시 스토리지가 32TB였다면 퓨어스토리지는 한참 전부터 48TB 제품을 선보였다. 플래시에 특화된 SW를 바탕으로 낸드플래시 본연의 성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벤더의 올플래시 스토리지 대비 60~80% 높은 효율성을 보인다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고성능, 고효율은 지난 몇 년 전부터 화두로 떠오른 지속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더 낮은 전력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최근 가시적으로 드러난 에너지 비용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거나, 클라우드와 같이 컴퓨팅 자원을 빌려 쓰는 기업의 입장에서 지속가능성은 현재 마주하고 있는 주요 문제 중 하나다.
퓨어스토리지의 구독형 프로그램 ‘에버그린(Evergreen)’ 역시 지속가능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3~5년 주기로 새로운 스토리지 시스템을 구매하는 엔터프라이즈 환경 특성상 미래 에너지 비용,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 등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과 같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투자를 결정하기가 어렵다. 이에 퓨어스토리지는 주기적으로 무료 컨트롤러 및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용량을 통합하는 등의 구독형 모델인 에버그린을 선보였다.
파울러 부사장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변화하고 있다. 큰 비용을 들여 스토리지를 구매했는데 필요로 하는 성능을 제공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데, 퓨어스토리지의 에버그린은 3년마다 무중단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항상 최신의 퍼포먼스를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AI의 시대, 커질 올플래시 시장의 주인공될 것”
올해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전망됨에 따라 기업들은 지출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연히 스토리지 시장 역시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파울러 부사장은 적지 않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퓨어스토리지에 따르면 한국의 스토리지 시장 중 올플래시 스토리지의 점유율은 약 50%가량이다. 올플래시 스토리지의 가격 하락, 에너지 비용 및 비정형 데이터 처리 수요 증가 등으로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025년즈음이면 HDD 기반의 스토리지 시장까지도 올플래시 스토리지가 잠식하리라 예측했다. 그때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리딩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다.
파울러 부사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수정구를 가지고 있지 않아 확실한 예측은 어렵다. 분명한 것은 지속적인 혁신과 기술 차별화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AI와 같이 기술 집약적인 컴퓨팅 리소스를 요구하는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지난 몇 년간 퓨어스토리지가 강조해온 것과 완벽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은 스토리지와 관련해서 많은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 나라다. 고도화된 데이터 분석, AI, 시뮬레이션 등 퓨어스토리지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한 시장이다. 시장이 원하는 기술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는 만큼, 많은 기회를 발굴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