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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법률상식119]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한 비밀관리성 판단의 기준


[법무법인 민후 이승준 변호사] 아이디어 하나로 산업 자체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스타트업. 그만큼 스타트업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자산은 지식재산권, 영업비밀과 같은 무형적 자산이다. 한편, 스타트업 대부분은 한정된 자본으로 인해 고정비용인 인건비를 아끼고자 대기업 등에 비해 집약적 인력배치,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업무범위로 인해 일부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고 기업의 노하우 등 영업비밀과 관련된 정보가 몇몇 인력에게 집중된 구조를 띠게 된다.

상황이 이와 같다보니 경쟁업체로서는 스타트업의 핵심인력을 스카웃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영업비밀을 전수받게 되어 손쉽게 신규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그로 인한 영업비밀 침해행위 및 그로 인한 분쟁은 날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스타트업 입장에서 아무리 중요한 정보라도 노력없이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어렵다. 영업비밀은 비밀로 관리되어야 법률상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비밀로써 어떠한 관리를 해야 하는 걸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위한 3가지 요건(① 비공지성, ② 경제적 유용성, ③ 비밀관리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본 기고에서는 이중 비밀관리성 요건을 알아보고자 한다.

○ 비밀관리성 요건의 개정과정 : 상당한 노력 -> 합리적 노력 -> 비밀로 관리

부정경쟁방지법은 1991년 도입 당시 비밀관리성의 기준으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것을 요구하였다. 당사자가 아무런 비밀관리를 해오지 않았음에도 국가가 나서 이를 보호하여 주는 것은 직업의 자유 및 경쟁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고 그것이 기술과 산업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정보를 보유하는 자가 영업비밀로 관리하고 있음을 제3자에 의하여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으로 이해된다. 다만 이는 불확정개념으로서 구체적인 기준은 판례를 통해 정립될 수 밖에 없는데, 판례는 "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고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

2015년 부정경쟁방지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비밀관리성 요건이 '합리적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개념이 완화되었다. 개정 전 법률의 경우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 가운데 기술개발에만 치중하고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충분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나머지 비밀관리성을 인정하지 못한 사례가 다수 발생하자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여 준 것이다. 판례는 위 해당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 "위와 같은 개정 경위에 비추어 볼 때 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 여부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 접근 제한 + 객관적 인식가능성)를, 해당 정보에 대한 ① 물리적, 기술적 관리, ② 인적, 법적 관리, ③ 조직적 관리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각 조치가 ‘합리적’이었는지 여부는 영업비밀 보유 기업의 규모, 해당 정보의 성질과 가치, 해당 정보에 일상적인 접근을 허용하여야 할 영업상의 필요성이 존재하는지 여부, 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 사이의 신뢰관계의 정도, 과거에 영업비밀을 침해당한 전력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의정부지방법원 2016. 9. 27. 선고 2016노1670 판결).

그러나, 위 비밀관리성 규정의 완화에도 불구하고 실제 법 운용과정에서는 체감되는 변화가 없었기에 2018년 ‘합리적 노력에 의하여'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비밀로 관리'되기만 하면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게 개정되었다.

○ 특정정보가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비밀로 관리'되는 노력을 투입해야

그러면 현행 '비밀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실제 아무런 노력이 필요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어떤 기준이 적용되는 것인지에 대하여 아직 명시적으로 해석기준을 제시한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 개정 취지 등에 비추어 해당 요건이 완화된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이와 관련된 의미있는 하급심 판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해당 사건의 당사자는 2018년 부정경쟁방지법이 개정되면서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위한 '비밀관리성' 요건과 관련하여 '합리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아니한 것으로 개정되었으므로, 어떠한 식으로든 일반인이 알 수 없고 오로지 회사 직원들에게만 공개되는 정도로만 관리해도 영업비밀로써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는데, 재판부는 "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은 비밀관리성을 인정하기 위하여 영업비밀 주체가 특정 정보를 영업비밀로 관리하기 위하여 들인 합리적인 노력이라는 명시적 요건을 삭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비밀관리성 인정요건이 다소 완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 뿐, 특정 정보가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비밀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요건 자체는 여전히 충족되어야 하며, 또한 정보가 그와 같이 '관리'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영업비밀보유자의 노력이 투여되어야 함은 마찬가지이다."라고 판시하며 이를 비밀관리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위 당사자 주장을 배척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6. 4.자 2020카합20060 결정).

해당 하급심 판례는 현행 비밀관리성 요건과 관련하여 어떤 식으로든 정보보유자가 비밀로서 관리한다는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기만 한다면 된다는 주장을 배척한 것으로, 현행 법률규정에 있어서도 정보보유자는 영업비밀로 관리되기 위해서는 어떤식으로든 노력을 기울여야 함 보여주는 것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다만 그 '노력'이라는 것도 어느정도 투여해야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고 아직 일의적으로 확립된 기준이 있지 않은 상황인 바, 기업 입장에서는 어쩔수 없이 법 개정 전 기존 사례들도 참고하여 영업비밀에 대해 이에 상응하는 두터운 비밀로서의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이전처럼 해당 정보에 대한 ① 물리적, 기술적 관리, ② 인적, 법적 관리, ③ 조직적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보유 정보에 비밀 표시, 암호화 조치, 해당 정보에 대한 직원별 접근권한 차등부여, 보안서약서 작성 및 주기적인 보안교육 시행 등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준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기고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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