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이 야심차게 새벽배송 서비스를 출시했던 시작과 달리 그 끝은 미약한 모습이다. 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새벽배송으로 호응을 얻자 줄줄이 따라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업계가 수익성 강화 기조로 돌아서면서 대다수 기업은 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새벽배송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충청권 새벽배송을 올해 말까지만 운영한다. 지난해 7월 시작한 후 약 1년 반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다. 대신 해당 권역 내 6곳 이마트 PP(Picking & Packing)센터를 통해 쓱배송(주간배송)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SSG닷컴 새벽배송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수도권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 3기와 이마트 PP센터를 통해 새벽배송·주간배송 서비스를 수요에 맞춰 조정한다. SSG닷컴이 배송정책에 변화를 준 건 물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SSG닷컴 측은 “엔데믹 전환과 더불어 국내외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대신 성장과 수익성을 함께 모색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전했다.
앞서 새벽배송을 전면 중단한 기업도 여럿이다. 지난 4월 롯데온이 2년 만에 새벽배송에서 전면 철수했고, 7월 GS리테일도 GS프레시몰 새벽배송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BGF가 운영하는 헬로네이처, 밀키트 전문업체 프레시지도 올해 새벽배송 사업을 종료했다.
새벽배송 서비스는 2015년 마켓컬리가 ‘샛별배송’ 이름으로 처음 도입했다. 식품을 빠르게 배송해 고객이 신선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마케팅으로 내세우면서 인기를 끌게 된 것. 이후 코로나19 기간 온라인 장보기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전통 유통 대기업들 포함 다수업체가 경쟁적으로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새벽배송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금이 발생하게 된다. 심야시간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센터로 활용할 수 없으니 신선식품 보관·배송을 위한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해야하고, 야간 근무를 위한 추가 인건비도 고려해야 한다.
즉 새벽배송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고정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라는 의미다. 반면 이커머스 내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성 확보는 더욱 어려워졌다.
그중 롯데와 신세계, GS 등이 새벽배송을 접거나 축소한 본질적 이유는 이런 투자를 감안할 정도의 수요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나마 새벽배송 수요가 존재하는 수도권은 쿠팡·컬리·SSG닷컴·오아시스마켓 등이 차지하고 있고 그 외 지역은 상대적으로 새벽배송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물론 이들이 새벽배송을 빠르게 축소, 중단한 건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과 태생적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도 있다. 상장이나 투자유치를 목표로 한다면 대규모 적자를 감수할 수 있지만, 유통 대기업 경우 재무건전성 또한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엔데믹 전환·고물가 영향으로 이커머스 산업이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업계 최우선 순위는 수익성 개선에 맞춰졌다. 적자를 감수한 서비스 운영이 더욱 힘들어진 셈이다.
SSG닷컴과 롯데온, GS프레시몰 등이 주간(당일) 배송에 집중하는 것도 이와 연관 있다. 유통 대기업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할 경우 별도 물류센터 구축이 필요하지 않아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주간 배송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일례로 SSG닷컴 전체 배송 중 새벽배송 비중은 20% 미만이다. 새벽배송보다 주간·지정일 배송을 찾는 사용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컬리나 오아시스마켓은 새벽배송만 운영하지만 유통 대기업들은 당일배송을 그 대체안으로 강조할 수도 있다.
단 현행법에 따라 매장이 문을 닫는 심야 시간, 의무휴업일 때는 온라인 배송이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유통기업들은 수익성을 개선하며 온라인 신규 고객을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자구책으로 주간 배송을 점찍은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돼 대형마트 등이 새벽배송이 가능해진다 하더라도 서비스를 시행할진 선택의 문제”라며 “새벽배송 수요가 없는데 시설을 유지하며 운영하는 건 자원낭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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