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영풍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본격화한다. 원료인 스크랩, 폐배터리 확보를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 2차전지 리사이클링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영풍은 비철금속 기업이다. 경북 봉화군에서 석포제련소 등을 운영하면서 다져온 금속 추출 기술을 2차전지 분야에 적용하기로 했다. 폐배터리에 함유된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뽑아내는 작업이다.
통상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8~10년이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전기차 보급이 이뤄졌음을 고려하면 2025년 이후부터 폐배터리가 쏟아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폐배터리 시장이 2020년 4000억원에서 2030년 20조원, 2040년 87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성일하이텍과 세빗켐 등을 비롯해 에코프로, 포스코, 코스모, GS 등이 관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직은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스크랩, 불량 배터리 등이 주재료이나 향후 방전(EOL) 배터리가 나오면 추출 기술 및 생산능력(캐파)을 갖춘 기업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영풍은 세계 최초로 건식용융 방식을 활용한다. 기존 업체들은 주로 습식 방식을 채택한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를 셀 단위까지 일일이 분리한 다음 잘게 분쇄한 ‘블랙파우더’ 또는 ‘블랙 매스’에서 용매 등 과정을 거쳐 메탈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유가금속이 손실될 수 있다는 평가다.
반면 영풍의 건식용융은 배터리 팩이나 모듈 단위에서 그대로 파쇄해 ‘플레이크’ 형태로 만들어 고온으로 녹인 뒤 리튬 등을 집진하는 방법이다. 집진이란 기체 중 부유하는 입자를 분리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4일 경북 포스텍 국제관에서 열린 ‘배터리 선도도시 포항 국제컨퍼런스 2022’에서 기자와 만난 영풍 심태준 전무는 “(건식용융은) 습식 대비 공정이 단순하고 모듈이나 팩 등에 묻은 재료까지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대신 건식은 고온 에너지가 필수적인데 이를 어떻게 가져올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영풍은 지난 8일 봉화군에 폐배터리 재활용 파일럿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연산 2000톤 규모로 전기차 8000대 분량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다. 영풍에 따르면 폐배터리에서 리튬 90% 이상, 니켈 코발트 구리 등은 95% 이상 회수 가능하다.
2030년까지 캐파를 늘려 배터리 소재 연간 70만톤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되면 5조원 내외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
심 전무는 “국내에서만 2차전지 리사이클링 사업을 하기에는 확보할 수 있는 원료(폐배터리 또는 스크랩) 물량이 부족하다”며 “미국과 유럽 쪽을 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3대 시장은 중국 유럽 미국인데다 배터리 제조사 역시 해당 지역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만큼 현지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