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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담론은 어디가고… ‘AI 음성판독기’라도 등장해야 잠잠해질까 [DD 인사이트]

유엔(UN) 기조연설을 위해 미국 방문 일정을 소화하던 과정에서 돌출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여전히 온라인을 뒤덮고 있다.

더구나 김은혜 홍보수석이 대통령의 대화 문장중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며, 또 ‘XX’로 표현된 대상도 미 의회가 아니라 반대를 예상한 한국 국회를 의미하는 것이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자 오히려 논란이 더 커져버린 형국이다.

김 수석의 발표 이후,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윤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홍보수석, 외교라인의 경질을 요구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본격적인 국정감사 시즌을 앞두고 국내 정치권에 또 하나의 만만치 않은 폭탄이 던져진 형국이다.

뉴스 포털이나 유튜브 등 온라인에는 ‘혹시나해서 몇번이나 다시 동영상을 리플레해봤다’, ‘청력 테스트하자는 것이냐’는 글들이 수없이 올라왔다. 실제로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는 주변 잡음을 소거한 음성 동영상도 적지않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게 들릴 수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AI 음성 판독기에 맡겨서 결론이 나오면 그때는 잠잠해질까’라는 식의 냉소도 있었다. 스포츠 경기에서 판정이 애매할 때 비디오 판독기(VAR)를 동원하는 것을 빗댄 것이다.

CNN 등 미국의 주요 매체들도 각자의 시선으로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물론 윤 대통령의 사적발언 과정에서 나온 ‘마이크 사고’(Hot Mic)라는 점에서 백악관도 정색하면서 문제 삼지않고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는 입장외에는 노코멘트로 넘어가고 있다.

다만 이처럼 ‘비속어’ 논란이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흡수해버린 사이, 정작 중요한 이슈가 사라져 버렸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학수고대했던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부각되지 못하고 묻혀버린 것이다.

◆‘한국이 미국을 압박했다’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부각됐었다면… 아쉬운 점

비록 한미 정상간의 만남이 ‘48초’에 불과했더라도 만약 실질적인 내용이 있었다면 그 자체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언론이나 주요 외신들이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IRA로 인한 한국산 자동차의 차별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식이 메시지가 외교 및 홍보라인에 의해 지속적으로 정교하게 관리됐다면, 이번 대통령의 방미는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이같은 메시지가 강조됐다면, 아무래도 향후 IRA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우리 정부에 좀 더 힘을 실렸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그것이다.

물론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 일정과 별개로, 실무 장관급 차원에서 ‘IRA’ 현안에 대한 대화가 진행되는 등 우리측 입장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국측에 전달된 것은 사실이다.
앞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0일과 21일 양일간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의 지나 러먼도 상무장관과 의원들을 만났다.

이 장관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한미 양국 간 첨단산업, 공급망, 에너지 협력이 긴요하며 앞으로 반도체, 배터리, 원전 등 양국 간 협력 사안이 매우 많은 상황에서 ‘인플레 감축법’과 같은 차별적 조치는 협력의 동력을 약화시킬 것”는 우려를 제기했다.

주목할만한 미국측의 변화는 아직 없다. 물론 이번 장관급 실무 협상을 통해 우리가 어느정도 실질적인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 민주당은 선거전까지는 최대한 ‘IRA’를 통한 정책 성과를 홍보하고, 중국을 압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IRA’와 관련해 상황 변화가 생기더라도 그것은 미국의 중간 선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예측이 많은 이유다.

이번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 장례식과 미국 뉴욕 방문 등 총 5박7일 과정에서의 의전 및 비속어 논란과 별개로, 한편으론 당초 이번 윤 대통령의 방미를 통해 얻어내고자했던 'IRA' 현안에 국내 정치권이 좀 더 초당적으로 집중하는 모습도 요구되고 있다.

급등하는 금리와 물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등 거시경제 지표가 극도로 불안한 상황이다. 이번 논란이 지나친 정쟁으로 비화되는 것 역시 경계해야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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