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다양한 전자제품이 우리 곁에서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을 반복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던 기기가 어느 순간 사라지거나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부활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데일리>는 그 이유를 격주 금요일마다 전달하려고 합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플로피 디스크’를 아시나요? 플로피 디스크는 물리적으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오피스 프로그램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한글이나 워드 등 파일을 저장할 때 모양이 바로 플로피 디스크인데요. ‘저장’을 뜻하는 대명사와 같이 사용되고 있죠. 그렇다면 플로피 디스크는 언제 처음 우리 곁에 등장했고, 지금은 왜 자취를 감췄을까요?
플로피 디스크는 ‘디스켓’이라고도 잘 알려져 있죠. 첫 제품은 IBM이 1971년 공개했는데요. 직경이 8인치로 20센티미터(㎝)가 조금 넘는 크기였습니다. 저장 용량은 50킬로바이트(KB) 정도였고요. 지금 보면 턱없이 작은 용량이지만, 당시 PC 용량이 10메가바이트(MB)에 못 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정 수준이었죠.
5인치 플로피 디스크는 크기가 지나치게 크고 데이터를 기록하는 속도도 느리다는 지적을 받아 왔는데요. 5년 뒤인 1976년 IBM은 크기를 조금 줄인 5.25인치 제품을 내놨습니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상용화가 시작된 제품은 1982년 소니가 내놓은 3.5인치 플로피 디스크였죠. 3.5인치 플로피 디스크가 바로 지금 저장을 의미하는 아이콘 모양의 모티브입니다.
3.5인치 플로피 디스크는 1980~90년대, 2000년대 초반까지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용량 역시 점점 늘어 1.4MB 이상, 심지어 200MB까지 늘었는데요.
그럼에도 신흥 강자들을 이기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특히 CD의 타격이 컸죠. CD는 3.5인치 플로피 디스크가 탄생했던 해인 1982년 첫 출시가 됐는데요. 1990년대 후반부터 대중화에 성공해 2000년대 중반부터는 아예 플로피 디스크의 인기를 뛰어 넘었습니다. 저장 용량 역시 플로피 디스크보다 몇 배는 큰 700MB까지 확장됐죠. 결국 지난 2010년 소니는 3.5인치 플로피 디스크는 완전히 중단합니다.
CD의 인기는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혜성처럼 등장한 USB 때문이죠. 2000년대 초반 USB가 첫 등장했을 때만 해도 고가였지만 몇 년 뒤 USB에 포함되는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급감하면서 가성비가 좋아졌죠. 현재까지도 많은 소비자들이 휴대용 저장장치로 USB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플로피 디스크는 CD와 USB 등에 가려 완전히 명맥을 잃어간 듯하지만, 여전히 미국과 일본 공공기관 등에서 플로피 디스크는 활용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대는 흐름에 맞게 변해야 하는 법입니다. 지난 2019년에는 미국 공군이 핵미사일과 통신하기 위해 활용하던 시스템 저장장치를 50여년만에 플로피 디스크에서 솔리드스테이트디지털스토리지(SSD)로 바꿨죠. 또 올해 8월 일본 정부는 관공서 등 행정 절차에서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감당하지 못 한 플로피 디스크를 완전히 보내줘야 할 때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