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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통신사들도 “망 무임승차 그만”…한국은 입법시계 ‘멈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구글·넷플릭스 등 빅테크들에 ‘망 비용을 분담하자’는 국내외 통신사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들 빅테크 대비 협상력이 떨어지는 국내의 경우 망 비용 분담을 위해선 망 이용계약을 의무화하는 등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관련 입법 절차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통신사업자 모임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다음달 말 멕시코에서 주요 참여사간 회의를 열고 빅테크들의 망 투자비용 분담안을 논의한다. 이에 따라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에 대한 글로벌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무임승차 논란이 다시 떠오를 전망이다.

일부 글로벌 대형 CP의 망 무임승차 논란은 인터넷 업계 해묵은 논쟁거리다. 고화질 동영상 시대에 접어들며 CP들이 유발하는 인터넷 트래픽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에 따른 천정부지의 망 투자 부담은 여전히 ISP가 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구글과 넷플릭스는 대표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는 사업자들이다.

이에 법·제도적 장치로서 망 무임승차를 방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전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빅테크 기업이 인프라 투자에 기여하도록 하는 ‘연결인프라법’ 논의를 오는 9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온라인플랫폼 서비스가 5G 투자에 기여하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를 비롯해 빅테크 기업의 보편기금 기여가 거론된다.

한국에서도 이미 비슷한 입법 절차가 시작된 상태다. 다만 한국의 경우 일부 글로벌 대형 CP들이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망 이용계약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한 망 이용계약 체결을 의무화하거나 부당한 계약 거부를 금지하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는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이용자에게 부가통신망을 제공하려는 경우 이에 관한 계약을 체결토록 하거나 ▲정보통신망 이용·제공에 관해 이용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지연·거부하거나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6건의 법안이 제출돼 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지난 4월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결이 보류된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국회가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상임위 구성이 달라진 데다, 새로 구성된 과방위는 현재 여야 대치로 입법 논의가 올스톱된 상태다. 과방위는 망 무임승차 관련 법안 논의를 위해 공청회를 열기로 했지만 그마저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상기 법안들이 기업간 사적 계약 행위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지만, 이미 글로벌 CP의 우월적 협상력으로 망 무임승차라는 시장 실패가 나타난 상황에선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 통과를 떠나 이 같은 논쟁을 과방위에서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망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글로벌 CP로 인해 무임승차가 발생하고, 결국 이들이 부담해야 하는 망 비용을 일반 이용자가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무임승차가 발생하는 목초지는 결국 황무지가 될 것이고, 공유지의 비극으로 인해 인터넷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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