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난 10년간 대형마트 발목을 잡아 온 ‘월 2회 의무휴업’ 폐지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이 우수 국민제안으로 뽑은 ‘톱10’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이 포함되면서다. 이커머스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던 대형마트는 기대감을 내비치는 모습이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반발하며 업계 진통이 예상된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지난 20일 소통창구에 접수된 국민제안 중 10개를 선정, 온라인 국민투표에 부쳐 상위 3개 제안을 국정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투표는 이달 31일 자정까지 진행된다.
현재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을 하고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균형 발전을 목적으로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이 근거다. 의무휴업일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해지지만 서울 포함 전국 90% 지역은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휴업 등 규제는 대형마트 성장 저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2014년과 2015년 각각 쿠팡과 마켓컬리가 로켓배송·샛벽배송을 시작하며 온라인쇼핑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했지만 대형마트는 변화하는 유통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형마트를 이커머스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게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2013년 38조원에서 지난해 186억원으로 급성장하는 사이, 대형마트는 2012년 이후 전년대비 매출 증가율이 1%대로 떨어졌다. 매장은 2019년 406개에서 지난해 384개로 줄었다.
중요한 건 의무휴업일 폐지 시 대형마트는 오랜 숙원이던 쇼핑 경험 ‘완결성’을 오프라인과 온라인 양쪽에서 모두 갖출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우선 고객들이 주말에 장을 봐야할 때 매번 마트가 휴업일인지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이 중단됐던 한계도 사라진다. 현재 매장 일부를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곳에선 휴업일에 맞춰 온라인 배송도 운영이 어렵다.
즉 의무휴업일 폐지는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채널’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24시간 이용가능한 이커머스와 서비스 이용 간극을 좁힐 수 있다는 의미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선 채널이 많고 간편성을 우선시하는 소비자가 많아, 바로 주문이 어려우면 앱을 아예 지워버리고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의무휴업일이 폐지되면 장기적으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완결성을 갖출 수 있어 업태 자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무휴업 폐지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언급되자 대형마트 업계는 고무적인 분위기 속에서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고객이 몰리는 주말에 휴업 없이 매장을 운영하게 되면 추가 매출이 발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증권가에선 이마트·롯데쇼핑 등 대형마트 매출 증가로 실적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마트는 의무휴업 폐지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가 하루 400억원 수준이며, 연간 총 9600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도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폐지 시 이마트·롯데쇼핑 연간 매출은 각각 1조원, 4000억원씩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논의가 본격화된다 하더라도 의무휴업 폐지는 관련 법안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도 골목상권 침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이해관계자 간 소통 시간도 필요해 보인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유통분과 마트 노조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마트 노동자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을 위해 의무휴업 폐지에 대한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도 성명서를 통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이미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낸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됐다”며 “적법성이 입증됐음에도 새 정부는 골목상권 최후 보호막을 제거하고 재벌 대기업 숙원을 현실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