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미래형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메타버스와 증강·가상현실(AR·VR) 등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콘텐츠 발굴로 글로벌 사업 진출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특히 시각특수효과(VFX) 기술 바탕의 버추얼 스튜디오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면서 콘텐츠 제작 역량을 확보하는 추세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와 SK텔레콤 등 주요 기업들은 최근 잇따라 버추얼 스튜디오를 열면서 다양한 첨단기술이 적용된 ‘콘테크’(콘텐츠+테크) 전진기지를 세우고 있다.
버추얼 스튜디오는 흔히 아는 초록색 또는 파란색 크로마키 배경이 아닌 다양한 현실 배경 그래픽을 LED 스크린에 구현해 촬영하는 곳으로, 배우와 제작진의 몰입도를 높이고 작품의 완성도를 확보할 수 있어 최근 각광받고 있다.
전 세계 미디어 산업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타워즈’로 잘 알려진 미국 ILM과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뉴질랜드 웨타 디지털이 버추얼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버추얼 프로덕션 시장 규모는 올해 17억 3710만달러(약 2조2460억원)에서 2028년 29억4127만 달러(약 3조803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CJ ENM이 지난 5월 경기도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 내 연면적 1650㎡ 규모의 ‘VP 스테이지(Virtual Production Stage)’를 구축했다. 삼성전자 ‘더 월’이 탑재된 VP 스테이지는 벽면 360도와 천장을 모두 대형 LED 스크린으로 꾸민 버추얼 스튜디오다. ▲지름 20미터·높이 7.3미터 타원형 구조의 메인 LED 월(Wall)과 ▲길이 20미터·높이 3.6미터의 일(一)자형 월 등 총 2기가 설치됐다.
지난달 21일에는 SK텔레콤이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연면적 3050㎡ 규모의 ‘팀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마찬가지로 거대한 LED 월이 있는 스테이지 두 개를 갖췄으며, 드라마·광고·뮤직비디오 촬영에 최적화된 U자형 ‘볼륨 스테이지’와 라이브 커머스 등 실내 배경의 촬영에 최적화된 평면형 ‘XR스테이지’로 구성됐다. 실시간 송출을 통한 라이브 스트리밍도 가능해, 웹세미나·컨퍼런스 등 생방송 콘텐츠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 밖에 경기도 하남에 1만1265㎡ 규모 버추얼 스튜디오를 설립한 브이에이코퍼레이션, 일산 엑스온(Xon)스튜디오 등 10여개 기업이 경쟁 중이다. CJ ENM은 향후 버추얼 프로덕션 수요와 촬영 씬이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고양 일산 CJ라이브시티 내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를 추가 구축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들 기업은 버추얼 스튜디오를 단순히 영화·드라마 촬영장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메타버스와 확장현실(XR) 등 최첨단 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것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라이브커머스와 홈쇼핑, XR 기반 공연, 메타버스 서비스, LED 월 기반 배경 IP(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비즈니스모델(BM)이 가능하다.
김상엽 CJ ENM 콘텐츠 R&D센터장은 “단순히 큰 화면에 영상을 띄우는 게 아니라 실시간으로 영상을 컨트롤하고 인터랙션하는 기술을 생각하고 있다”며 “영상에 쓰인 장면들을 그대로 메타버스나 XR로 구현하는 등 콘텐츠의 확장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다양한 스튜디오와의 ‘초연결’을 주도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는 청사진을 내세웠다. 국내 주요 LED 월 전문 스튜디오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각 스튜디오의 인프라와 리소스를 공유해, 시공간 제약 없는 새로운 콘텐츠 제작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SK텔레콤 팀 스튜디오는 드라마·광고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부터 웹공연·세미나 등 생방송 콘텐츠까지 제작할 수 있도록 확장성에 초점을 맞췄다.
미디어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 중 최첨단 기술의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아 시장 선점 효과가 중요하다”며 “버추얼 스튜디오는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영역으로 발을 뻗을 수 있는 수단인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시장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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