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뉴노멀 시대에 대응하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 중요해지면서 주요 성장기업이 속속 기업공개(IPO) 절차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가치를 높이면서(高) 적기에 IPO를 진행(GO)하는 게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디지털데일리는 잠재적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의 IPO 준비 과정을 집중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지부진하던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 상장에 다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간 상장 과정에서 걸림돌로 꼽히던 재무적 투자자(FI) 보유지분 의무보유 조건을 서면으로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컬리 FI들은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고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의무보유 확약서를 최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앞서 컬리는 지난 3월 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를 시작했다. 통상적으로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려면 2개월 정도가 소요 된다. 컬리도 올해 상반기 중 IPO를 완료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은 컬리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거래소가 제시한 조건이 결정적이었다. 그간 거래소는 컬리 FI들에 최소 18개월 이상 보유지분을 팔지 않고, 20% 이상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겠다는 약정을 컬리에 요구해왔다.
거래소가 이같은 조건을 제시한 이유는 컬리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 낮은 지분율 때문이다. 김 대표 지분은 지난해 기준 5.75%에 불과하다. FI 보유지분이 절대적으로 많은 상황에선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어려울뿐더러, 언제 이들이 지분을 매각해 다른 투자자들 손해로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이는 컬리가 IPO를 추진하겠다고 말한 후 꾸준히 약점으로 언급됐다.
컬리가 일정기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바로 FI 보유지분 의무보유확약서였다. 거래소 심사가 미뤄지던 요인이 해결됐으니, 이에 따라 컬리 상장예비심사가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거래소가 최종 심사결과를 거친 후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정도 예비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컬리는 계획대로 유니콘 기업 특례요건을 통해 상장을 추진한다. 이는 ‘성장성’ 중심으로 평가하는 요건으로,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이면 적자상태여도 상장 예비심사 청구가 가능하다. 컬리 영업손실은 ▲2017년 124억원 ▲2018년 337억원 ▲2019년 1003억원 ▲2020년 1162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컬리 영업손실은 2177억원을 기록했다.
컬리는 지난해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를 유치하며 4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다만 컬리 IPO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즉 작년까지 고공행진하던 컬리 기업가치를 그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컬리 역시 굳이 가격을 높여서 이후 주가 하락을 겪기보다, 액면가를 낮춰 개인 투자자를 늘리고 장기간 우상향 그래프로 가는 방향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 내부에선 프리IPO 당시 기업가치 4조를 받긴 했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그보다 낮더라도 적당한 가격에 상장을 하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