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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알뜰폰시대]① 성장 딜레마 갇힌 알뜰폰 시장

알뜰폰 시장이 새로운 변환점을 맞고 있다. 가입자 천만을 돌파하면서 성장 궤도에 올랐지만, 통신사 자회사와 사물인터넷(IoT) 회선이 이를 주도하면서 알뜰폰 본연의 질적 성장은 미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금융권의 진출까지 더해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실정이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더불어 알뜰폰 시장의 자생력 강화가 숙제로 떠오른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알뜰폰 산업의 현재를 살펴보고, 앞으로 가야 할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국내 알뜰폰 가입회선 수는 올해 4월 기준 1120만건을 돌파했다. 출범 약 11년 만인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1000만건을 넘어선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가입자가 늘어난 만큼 위상도 달라졌다. 과거 ‘저가폰’ 이미지를 벗고, MZ세대도 즐겨찾는 LTE·5G 시대 대체 시장이 된 것이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이를 알뜰폰 시장의 온전한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단 1120만건의 알뜰폰 회선 가운데 약 42%는 일반적인 알뜰폰이 아닌 사물인터넷(IoT) 회선이다. 커넥티드카 등 자동차 회사를 중심으로 통신재판매(MVNO) 기반 IoT 회선 수요가 커지면서 숫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일종의 ‘허수’다.

통신사 자회사의 영향도 여전히 지배적이다. IoT 회선을 제외하고 휴대폰 회선 수만 놓고 봤을 때, 알뜰폰 시장 내 통신사 자회사들의 합산 점유율은 50%를 넘나들고 있다. 알뜰폰 시장 성장에는 통신사 브랜드 효과가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통신사를 대체해야 할 알뜰폰 시장을 결국 통신사가 주도하는 아이러니가 지적된다.

최근에는 금융권까지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자체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 가입자가 30만명을 넘어서면서, 다른 은행들도 알뜰폰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은행들은 리브엠이 그러했듯 원가 이하 요금제를 판매해 출혈경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마냥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결국 알뜰폰 시장은 양적성장을 이뤘지만 질적 성장엔 다다르지 못한 딜레마에 놓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선 대기업들과의 비대칭적 경쟁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사와 통신사들이 자금력으로 가입자를 유인하는 동안 일반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문제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도매대가다. 통신사 망을 임대해 쓰는 알뜰폰 특성상 망 도매대가는 일종의 ‘원가’다. 알뜰폰 사업자가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려면 이 원가가 싸져야 하는데, 원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통신사다. 알뜰폰 업계는 통신사가 매년 원가를 높게 받는 데다 도매제공 자체도 불확실하다고 토로한다.

현재 1위 통신사인 SK텔레콤은 법적으로 알뜰폰 사업자에 망을 의무 제공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무 도매제공 제도는 일몰 기한이 3년으로 정해져 있다. 매 3년마다 도매제공 의무화를 일몰하느냐 연장하느냐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기싸움이 벌어진다. 알뜰폰 업계는 제발 일몰제를 폐지해달라고 읍소하는 형편이다.

실제 SK텔레콤은 도매제공 의무화가 되지 않았을 때 도매대가 인하에 소극적이었다. 지금도 도매대가에 대한 협상은 중소 알뜰폰 업체들의 협상력 열위를 감안해 정부가 대신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도매제공 의무가 사라지게 되면 알뜰폰과 경쟁해야 하는 통신사가 원활한 도매제공을 해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그러나 알뜰폰 업계 역시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말한다. 도매대가 인하와 같은 정부의 일방적 지원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매해 도매대가 협상 결과와 더불어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발표하는데, 그동안 이 발표의 초점은 도매대가를 얼마나 인하했느냐에 맞춰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들도 통신사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실질적인 경쟁 주체가 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알뜰폰 자체가 가격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장이고, 그 원가를 직접 결정할 수 없는 구조에선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 지원과 업계의 상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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