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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테라’ 권도형 수사하는 검찰, 지원군으로 나선 어나니머스?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검찰이 암호화폐 ‘테라’와 ‘루나’를 개발한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의외의 지원군이 나섰다. 핵티비스트 단체 어나니머스(Anonymous)다.

핵티비스트는 해커(Hacker)와 행동가(Activist)의 합성어로, 금전적 이득보다는 정치·사회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해킹을 하는 이들을 뜻한다. 익명 해커 집단을 자처하는 어나니머스가 대표적이다.

다만 누구나 어나니머스를 자처할 수 있는 구조이기에 하나의 집단으로 보기 어렵다. 어나니머스를 자처하는 이들 사이에도 각종 사안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게 나뉜다.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을 때 쓰는 표현으로 이해하면 된다.

권 대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어나니머스가 등장한 것은 한국시간으로 27일 오전 5시 40분경이다. 27일 기준 구독자 28만7000명의 유튜브 계정 ‘어나니머스’는 권 대표를 겨냥해 ‘Anonymous Message to Do Kwon’라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영상의 업로더는 “도권이 처음부터 나쁜 의도를 가졌다는 중요한 증거가 있다(There is significant evidence that Do Kwon had bad intentions from the start)”고 주장했다. 또 암호화폐 시장에서 권 대표의 활동을 살펴보는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영상의 주장처럼 익명의 해커가 권 대표의 범죄 정황을 찾아낼 능력이나 의향이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해당 유튜브 계정에서는 총 8개의 영상이 업로드됐다. 이중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전한 영상은 4개다. 권도형 대표를 비롯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투자회사 시타델 창립자 켄 그리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등이다.

영상에서 언급한 이들 중 해커에 의한 정보유출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인물은 없다는 점에서 크게 의미부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사이버보안 전문가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저 헤프닝 이상도, 이하도 아닐 듯하다”고 평가했다.

어나니머스의 활동이 크게 두드러진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다. 숱한 해커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겠다고 나서며 러시아에 대한 사이버공격을 감행했다. 실제 능력 있는 해커의 공격으로 중요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시스템이 일부 마비되는 등의 일도 있다. 그러나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다는 특징 탓에 해킹 공로를 자기 것마냥 발표하는 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어나니머스라 자처하는 이들에 대한 신뢰도가 다소 무뎌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별개로, 실제로 영상에서 주장한 것처럼 권 대표에게 법적인 처벌을 물을 수 있는 자료를 어나니머스가 유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적 효력을 지닐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자료에 대한 신빙성 등, 수사기관이 따져야 할 요소가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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