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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한판 붙자"…韓 vs EU, 배터리 격돌

- 유럽 내 배터리 공장 증설 본격화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유럽연합(EU)이 배터리 내재화에 나선다. 중국과 2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지만 배터리 자체 조달력이 부족한 영향이다. EU가 소속 국가 배터리 제조사 육성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3사와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유럽 회사와도 거래를 튼 우리나라 소재 및 장비 회사는 호재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오는 2030년 전 세계 배터리 중 25%를 유럽산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2020년(3%) 대비 8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캐파)이 큰 폭으로 확장하는 것을 고려하면 대규모 투자가 동반돼야 하는 수준이다.

앞서 EU는 7개국(프랑스 독일 스웨덴 폴란드 핀란드 벨기에 이탈리아)이 주도하는 전기차 배터리 연구 관련 공동중요이해프로젝트(IPCEI)에 32억유로(약 4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배터리 셀은 물론 원재료, 시스템, 재활용 등 17개 기업이 참여 중이다. 2031년까지 70개 파트너를 확보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가 출범시킨 유럽배터리연합(EBA)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EBA에는 ▲테슬라 ▲폭스바겐 ▲ACC ▲노스볼트 등이 합류한 상태다. 유럽 전역에 배터리 기가팩토리 36개 설립을 위해 협업 중이다.
유럽 배터리 선두주자는 노스볼트다. 작년 말 스웨덴 셀레프리오 기가팩토리 ‘노스볼트ett’ 1기 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유럽 업체 중 첫 배터리 생산이다. 노스볼트는 해당 팹을 8기가와트시(GWh) 규모에서 60GWh로 키울 계획이다. 아울러 폭스바겐, 볼보 등과 손잡고 독일 등에 신공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수년 내 캐파 150GWh 달성이 목표다.

최근 급부상한 ACC도 주목할 만하다. 사프트와 스텔란티스가 2020년 6월 만든 배터리 합작사다. 지난해 9월 벤츠가 ACC 지분 인수하면서 현재는 3곳이 1:1:1 비율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ACC는 프랑스에 연구개발(R&D) 센터와 생산라인을 마련하면서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파일럿 공장은 지난 3월 시험 생산 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을 거점으로 삼고 캐파 120GWh까지 늘릴 방침이다.

국내 협력사와 계약을 체결한 브리티시볼트 베르코어 모로우 프레위르 등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고성능 설비와 소재를 구하기 위해 방한하는 등 배터리 생산 시스템을 구축 작업을 가속화했다. 이들 업체는 각각 수십~수백 GWh의 캐파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미 유럽 시장에 안착한 국내 3사도 현지 공략을 강화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공장 규모를 70GWh에서 2025년 85GWh까지 확장하고 다른 국가에 15GWh 내외를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만 캐파 100GWh를 갖추는 그림이다.

SK온은 헝가리 3공장을 짓고 있다. 포드와의 합작사는 터키에 신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삼성SDI도 헝가리 2공장 설립에 한창이다. 양사의 헝가리 공장이 본격 가동하면 유럽 캐파는 기존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유럽 무대에서 한국과 유럽 배터리 간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며 “경쟁 구도가 형성되기는 하지만 배터리 수요가 그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윈윈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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