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지주회사 체제 개편 가능성을 공식화 했다. 주가 부양을 위한 승부수다. 그동안 KT는 통신주 특성상 주가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지주사 체제로 간다면 통신사업과 신사업을 분리하고 개별 사업군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묘수가 될지 주목된다.
◆ ‘지주형 회사’ 전환 시사한 KT
구현모 대표는 지난 31일 진행된 제4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은 아니지만, 지주형으로의 전환은 분명 관심 있다”며 ‘지주형 회사’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 대표가 ‘지주회사’가 아닌 ‘지주형 회사’를 언급한 이유는 금산분리 규제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대기업 지주회사는 금융기업을 보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KT는 현재 금융회사인 케이뱅크와 BC카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 지주사가 될 경우 법에 저촉된다.
따라서 KT는 법적인 지주회사 구조를 갖추진 안되 그에 준하는 형태로 자회사들의 사업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KT는 50개의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KT를 지주형 회사로 두고 그 아래 무선, 유선, 미디어, 금융,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X), 클라우드 등으로 분할하는 형태를 전망한다. 실제 KT는 지난해 콘텐츠 사업부문을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로 출범시켰고, 금융 부문은 BC카드 산하에 케이뱅크를 두는 구조를 갖췄다. KT클라우드는 올해 4월1일자로 출범했다.
◆ ‘배당주’ 넘어 ‘성장주’ 될까
KT는 이러한 체제 개편을 통해 주가 부양을 꾀하고 있다. 구현모 대표는 “KT 주가는 아직도 저평가됐다고 본다”며 “지주형으로 전환이 되면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KT의 주가는 통신주라는 한계로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기존 유무선 통신 사업은 시장 포화로 인한 신규 가입의 한계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리스크가 있어 주식 시장의 외면을 받아왔다. 연간 20조원이 넘는 매출 규모와 안정적인 영업이익 실적에도 ‘성장주’보다는 ‘배당주’ 또는 ‘방어주’라는 인식이 강했던 이유다.
따라서 통신사업을 분리해내고 미디어·콘텐츠와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핵심 사업 위주로 사업부문을 나눈 후, 본사와 계열사들을 통폐합하는 형태로 재편한다면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현재 KT는 밀리의서재와 케이뱅크를 비롯한 다수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도 준비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말~내년 초 상장 계획을 세웠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KT 시가총액은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며 “쇠퇴기에 진입한 사업은 적극적으로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미래 성장 산업은 육성해 각각의 개별 사업군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지배구조 개선 변수는?
다만 변수도 있다. 구 대표의 연임 여부와 내부 반발 가능성이다. 지금은 구 대표가 지주형 회사 전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오너가 없는 KT의 특성상 구 대표의 임기가 내년자로 끝난다면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지주형 회사 전환에 따른 사업 구조조정은 곧 직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내부 직원들의 반대도 예상할 수 있다.
사내이사 재선임에 도전했던 박종욱 각자대표의 경우 이번 주총 안건 투표 직전에 자진 사퇴했다. KT는 “일신상의 이유”라고 밝히고 있지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박 대표의 재선임을 반대한 이유가 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