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법정공방 2라운드에서 넷플릭스가 새로운 무기를 들고 나왔다. 인터넷의 기본 원칙이라고 주장하는 ‘빌 앤 킵(Bill and Keep)’이다. 넷플릭스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선 통신사업자(ISP)가 이런 기본 원칙을 지켜야한다는 논리를 펼친 가운데 SK브로드밴드는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 제19-1민사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2심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재판에서 양측은 20분간 구술변론을 진행했다. 먼저 변론에 나선 넷플릭스는 ‘빌 앤 킵’을 새로운 쟁점으로 제시했다. 인터넷 세계에서 확립된 관행인 ‘빌 앤 킵’ 원칙에 따라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대가를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빌 앤 킵’은 ISP가 자신의 인터넷 이용자로부터 접속료를 받아 비용을 충당하고 상대 ISP에 돈을 더 요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 같은 원칙은 ISP와 CP가 피어링할 때도 적용된다고 넷플릭스 측은 덧붙였다.
넷플릭스 측 대변인은 “‘빌 앤 킵’에 따라 접속하기만 하면 이후 순차적으로 연결되는 망에 대해 추가로 전송료를 낼 필요 없이 인터넷상 어디에도 연결할 수 있다”며 “ISP와 CP가 비용지급 없이 피어링하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은 ‘빌 앤 킵’은 인터넷의 기본 원칙이 아닌, ISP들 간의 상거래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빌 앤 킵’이 성립되기 위해선 두가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ISP들 사이에 서로 교환되는 트래픽의 양이 대등하고 ▲이로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수익이 비슷할 경우다. 당초 CP에는 적용되지 않는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 측 대변인은 “1심에서도 원고들은 접속을 무료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인터넷의 기본원칙이라고 주장했다”며 “무리한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앞서 넷플릭스는 1심에서도 또다른 인터넷 기본 원칙이라고 주장하는 ‘망 중립성’을 제시하며 ISP가 전송하는 정보의 양이 많다고 데이터 전달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재판 이후 진행된 브리핑에서도 “넷플릭스가 빌 앤 킵을 인터넷 원칙으로 들고 나온 것은 참 의아했다”고 일갈했다. SK브로드밴드의 법률대리인인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넷플릭스가) 왜 저렇게 ‘빌 앤 킵’을 들고 나올까 생각했다”며 “아마 재판부에서도 우리가 제출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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