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3일 인수위원장으로 단일화에 합의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선임하는 등 차기 정부 구성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 ‘당선자’는 공식 취임 이전부터 사실상의 ‘권력’이 생긴다. 당선자의 한마디 한마디에 사뭇 달라진 무게감과 의미가 부여된다.
이런 가운데 원전, 건설 관련업계 뿐만 아니라 IT분야에서도 규제 해소 기대감이 벌써부터 시장에 넘쳐나는 분위기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빅테크 플랫폼 기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강하게 반등한 모습이다.
14일 마감된 코스피 시장에서 네이버는 등락을 거듭한 끝에 32만9000원으로 보합 마감했고, 카카오는 전장대비 1.97% 상승한 10만3500원으로 마감했다.
앞서 네이버 주가는 지난 10일, 대통령선거 다음날 개장한 코스피 시장에서 규제해소 기대감으로 8.54% 급등한 33만500으로 마감했고, 카카오 주가 역시 이날 8.58% 올라 단숨에 10만원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여러 상황과 정치 일정을 감안했을 때,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 해소’ 기대감이 현재로선 너무 성급하고, 과장돼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오는 6월로 예정된 전국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그리고 오는 5월 윤 당선자의 취임이후에는 거대 야당으로 위치가 바뀌는 172석의 민주당의 견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세‧골목상권 반발 예상… ‘지자체 선거’ 앞두고 거대 플랫폼 기업 규제해소 가능할까
윤 당선자는 플랫폼산업의 독과점 문제를 최소화하기위한 방법론에 있어서는 국가나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유시장주의 원칙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또 한번의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관련 택시, 영세 자영업자, 골목상권 등과 갈등이 유발될 수 있는 ‘플랫폼 기업’ 규제해소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본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논의는 지난해 9월 불거진 것이다. 당시 정부와 금융 당국이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핀테크 혁신의 제도적 지원 정책을 활용해 상생보다는 기존 전통적인 금융회사들과 골목상권을 황폐화 시키는 등 부작용을 야기시켰다면서 사실상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러한 논란이 일자 카카오는 미용실 등 일부 골목상권 업종에서 플랫폼 서비스를 철수시키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앞서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월8일 윤 당선자도 당시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힘내라 택시! 소통의 날’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택시호출 플랫폼 사업자들의 독과점으로 인한 택시업계의 불만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자는 “택시업계가 카카오 플랫폼 독과점화로 인한 수수료 때문에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빅테크의 플랫폼의 갑질에도 공정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선거 기간중 표를 의식해야했기 때문에 택시업계 친화적인 발언을 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플랫폼 규제 완화를 밀어붙이기에는 시점상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대 야당’과 협치 불가피한 상황… 밀어붙이기식 규제개혁에 한계
오는 6월 지방 선거 결과가 어떻게 결론이 나든, 그 이후부터 오는 2024년 총선때까지 약 2년 동안은 윤석열 정부가 맞이해야할 전국 단위의 대규모 선거는 없다. 선거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다.
전문가들은 이 2년을 본격적인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을 구현하기위한 드라이브가 걸려야하는 골든 타임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뿐만 아니라 과거 정권에서도 그랬듯, 이 국정 드라이브의 골든 타임을 놓치면 개혁의 성과는 평가절하되거나 부작용이 더 커진다.
현실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개혁’을 온전히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172석을 가진 국회 제1당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개혁 드라이브에 앞서 협치의 묘수를 찾아야하는 것이 더 급한 사안이다.
실제로 여야가 대립하게되면 경제개혁입법은 아까운 시간만 허비한 사례가 적지않다. 대표적으로 2020년 1월9일, 국회를 통과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은 거의 1년 6개월에 가까운 진통 끝에 가결된 것이다. 이밖에 ‘타다 금지법’ 등 플랫폼 관련 법안들도 여야가 격렬하게 대립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6월 지방선거, 그리고 한국 정치의 수준을 고려했을때 현재로선 오히려 낙관론 보다는 신중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야의 세대결, 진영대결이 아닌 윤 당선자가 협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묘수를 차분히 준비하는 것이 더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