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뉴노멀 시대에 대응하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 중요해지면서 주요 성장기업이 속속 기업공개(IPO) 절차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가치를 높이면서(高) 적기에 IPO를 진행(GO)하는 게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디지털데일리는 잠재적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의 IPO 준비 과정을 집중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가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가운데, ‘롯데’라는 날개를 달았다.
롯데렌탈은 지난 7일 쏘카 지분 13.9%를 1832억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매도자는 클라렌던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II, LP 외 11인 재무적투자자(FI)다.
롯데렌탈이 기관투자자 주식을 가져가면서, 쏘카 상장 후 발생할 수 있는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까지 일부 해소했다. 각 기관에서 대규모 보호예수 물량이 한 번에 시장에 풀리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렌탈이 3대 주주에 오르면서 최대주주(이재웅)‧SK 등 전략적투자자(SI) 지분 비중은 60%를 넘게 됐다. 롯데렌탈 최대주주인 이재웅 창업자는 29.1%, SK는 1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딜은 쏘카와 롯데 양쪽에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가치 증대를 꾀할 수 있다. 현재 쏘카는 기업가치 1조35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까지 포함하면 1조4000억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롯데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만큼, 쏘카 기업가치를 높여 투자를 받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월5일 쏘카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번달 예비심사 승인을 받을 경우, 이르면 5월쯤 상장할 수 있다. 롯데가 뛰어든 만큼, 기업가치 3조원도 기대해볼 만 하다는 분위기다.
쏘카는 국내 카셰어링(차량공유) 1위 사업자다. 지난해 기준 쏘카는 1만8000대 운영차량, 700만명 이상 이용자수를 확보했다. 운전자 5명 중 1명이 쏘카 회원인 셈이다. 멤버십 서비스 ‘패스포트’ 유료 구독건수는 누적 60만건에 달한다.
특히, 쏘카는 ‘스트리밍 모빌리티’를 지향하며 이동 전‧후의 변화와 이동하는 사이 경험까지 총체적으로 설계하겠다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모두의주차장’과 공유 전기자전거 ‘일레클’을 인수한 바 있다. 모빌리티 슈퍼앱 서비스 생태계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전기‧수소차와 자율주행 시대에도 대비할 예정이다.
이러한 쏘카가 롯데렌탈과 결합하면 더 큰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다. 롯데렌탈은 그린카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그린카는 쏘카에 이어 차량공유 2위 사업자다. 그린카는 현재 9200대 차량을 운영 중이다. 1‧2위 사업자가 손을 잡게 되면, 불필요한 경쟁관계를 해소하고 공격적인 시장 확대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어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 특히, 롯데렌탈은 국내 1위 렌터카 사업자로 오프라인 영업망 등 인프라 경쟁력이 상당하다.
롯데렌탈과 쏘카는 전기차와 충전 결합 주차,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생태계 조성을 공동 추진한다. 우선 차량 정비와 관리, 세차, 기업간거래(B2C) 중고차 판매,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부터 협업할 예정이다.
롯데렌탈이 전면에 나왔지만, 사실상 이번 쏘카 지분 취득 결정이 롯데그룹 의사라는 점도 주효하다. 이와 관련 양사는 물류와 유통, 멤버십 등 롯데그룹 차원 전략적 협업을 통해 산업 간 경계를 넘어서는 혁신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월 가치창조회의(VCM)를 열고 시대 변화를 읽고 미래지향적 경영을 통해 신규고객과 신규시장 창출에 투자를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롯데는 한국미니스톱을 30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하고, 1800억원 이상을 들여 쏘카 지분을 확보하는 행보를 펼쳤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 모빌리티 시장에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롯데가 지분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특히, 벤처투자회사 SOQRI·소풍을 설립한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쏘카 최대주주인 만큼 상장 후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나리오까지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카카오(카카오모빌리티)-SK(티맵모빌리티)와 3파전을 구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으로 최대주주 풋옵션(발행주식 중 최대 5%, 보호예수 만료일로부터 6개월 이내), 롯데렌탈 우선매수권(최대주주 지분의 전부 혹은 일부, 보호예수 만료일로부터 1년 이내)이 존재한다. 쏘카는 지난 1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황으로 상장이 이뤄질 경우, 롯데렌탈 지분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대주주 쪽에서 매각 의사가 없을뿐더러 티맵모빌리티와 우버 합작회사 ‘우티’ 등을 통해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 주도적으로 뛰어든 SK텔레콤을 자회사로 둔 SK그룹이 쏘카 2대 주주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SK는 쏘카와 관련해 이사선임권이 있다.
주 연구원은 “쏘카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2800억원, 70억원으로 추정되며 인수 밸류에이션은 주가매출비율(PSR) 4.7배 수준”이라며 “우버‧리프트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영업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매출 상승과 함께 밸류에이션 부담은 완화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