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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허브의 역설…인력난 韓 소부장, 왜? [IT클로즈업]

사진=김도현 기자
사진=김도현 기자
- 해외 반도체 기업, 한국지사 강화→국내 인재 채용↑→인력 불균형 심화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글로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한국 거점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고객사와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차원이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허브로 부상하는 가운데 국내 소부장 업계는 마냥 웃고 있지 못하다. 인적자원이 해외 업체로 쏠리면서 인력난이 심화한 영향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반도체 장비 회사에서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네덜란드 ASML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5년까지 2400억원을 투입해 경기 화성에 극자외선(EUV) 및 심자외선(DUV) 장비 엔지니어를 위한 트레이닝센터와 재제조 센터 등이 있는 첨단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같은 맥락에서 ASML은 2020년대 들어 ASML코리아 임직원 수를 대폭 늘렸다. 지난해만 250여명을 채용했다. 현재 총 직원이 1400명 수준임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약 20%를 늘린 셈이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세미콘코리아 2022’ 기조연설에서 2029년까지 1000명 이상을 추가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램리서치는 지난 2019년 경기도와 투자양해각서(MOU)를 교환하며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반도체 장비 25개 이상을 수용하는 클린룸 등이 마련된다. 현재 구축 막바지 단계다. 램리서치는 3나노미터(nm)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최첨단 식각 설비까지 현지 생산하기로 했다.

이를 대비해 램리서치는 작년 하반기 150명 이상 엔지니어와 연구원을 확보했다. 앞서 한국 생산기지인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 인력도 충원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
사진=김도현 기자
사진=김도현 기자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등 장비사는 물론 독일 머크, 미국 듀폰, 일본 스미토모 등 각 분야에서 선두권을 형성하는 업체들이 줄줄이 한국지사를 확장하는 분위기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인 채용이 급증한 이유다.

반면 국내 소재 및 장비 회사들은 울상이다. 구인 경쟁에서 ASML 등 대형 업체들에 밀리면서 인력 충원이 어려워진 탓이다. 기존 직원까지 경력 이직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국내 장비업체 관계자는 “연봉 격차가 많이 줄기는 했으나 외국계 업체들이 최근 들어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하면서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는 추세”라면서 “회사 간 체급 차이가 큰 만큼 인센티브 등을 같은 수준으로 맞춰주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이 국내로 들어오는 점을 환영하면서도 기술 및 규모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이후 국산화 바람이 불면서 국내 소부장 경쟁력이 상당 부분 올라온 게 사실”이라면서 “역량을 좀 더 끌어 올리려면 인력 풀이 확대돼야 하는데 외국 기업으로 흡수되면서 사세 확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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