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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올해도 부족…업계 "파운드리-완성차 협업 필요"

- 제2의 공급난 방지 위해 미래 반도체 개발 시급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자동차 산업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반도체 공급난을 겪을 전망이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에서 생산량 확대에 나서고 있으나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비롯된 외부 요인도 남아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수요 기업과 제조사 간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칩 개발을 담당하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6일 서울대에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시스템반도체 상생포럼이 열렸다. 중소벤처기업부 주최, 서울대 시스템반도체산업진흥센터 주관이다.

발제자로 나선 한국수출입은행 김호건 책임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에 대해 짚었다. 그는 ▲수요예측 실패 ▲8인치(200mm) 웨이퍼 수요 급증 ▲자연재해(지진·한파·가뭄) ▲전기차 및 자율주행 확대에 따른 사용량 증가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일부는 해소됐으나 현재진행형이 이슈도 잔존해 이번 사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행사에서는 관련 업체의 의사소통이 최우선 과제로 등장했다. 텔레칩스 이장규 대표는 “쇼티지 이슈가 발생했을 때 매우 고생했다. 작년에 삼성전자 오스틴 팹까지 가동 중단하면서 4개월 이상 반도체 생산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다”면서 “그럼에도 위기를 넘긴 건 삼성 파운드리에서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준 덕분이다. 삼성전기와 대덕전자 등 패키징 기판 공급사에서도 일본 교세라 물량을 커버해주는 등 협력사 지원이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팹리스 업체의 대응도 중요해졌다. 넥스트칩 정회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글로벌파운드리, 후지쯔, 삼성전자 등 멀티 파운드리 체제로 진행하고 있다”며 “패키징과 테스트하는 업체도 이원화했다. 쇼티지 재발 방지를 위해 재고 물량을 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래 자동차에 투입될 차세대 제품에 대해 선제적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오토노머스A2Z 한지형 대표는 “공급난은 미래차가 아닌 현재차에 대한 문제다. 자율주행 레벨이 올라가는 등 변화가 생기면 똑같은 상황이 발발할 수 있다. 차량용 반도체 종류도 점점 늘어날 만큼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수요자와 공급자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 대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서 앞으로 어떤 제품이 필요하겠느냐고 문의가 왔었다. 완성차업체는 반도체를 모르고, 반도체 제조사는 자동차를 모른다. 5~10년 뒤에 적용될 반도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 고객사 확보 등 팹리스 지원책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충북대 기석철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는 안전성이 어느 제품보다도 중요하다. 품질 리스크가 한 번이라도 생기면 내년, 내후년 사업이 힘들어진다”며 “정부와 기업이 반도체 개발 업체의 리스크를 일부 책임져야 원활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보기술(IT) 업계와 자동차 업계 간 문화차이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수직적인 구조가 형성된 완성차 시장에 반도체 기업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퀄컴코리아 박성일 상무는 “처음에 자동차 회사 관계자를 만나고 당황했다. 연구 방향을 물어보러 갔더니 ‘만들어놓은 칩 있으면 가져와라’ 식의 대응이었다. 부품업체를 대하는 방식이 IT 기업과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IT 업체가 고객사 성향을 맞춰야 한다’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맞추기보다는 양측이 서로 입장을 고려해 이견을 좁혀가야 할 것’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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