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사부터 엔터테인먼트사, 미술품 경매사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토큰 1개의 가격이 일정한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NFT는 토큰마다 고유 가치를 지니는 것을 말합니다. 게임 아이템, 디지털 예술품 등 희소성이 중요한 분야에 NFT가 활발히 도입되는 가운데, <디지털데일리>는 각 기업의 준비 현황을 토대로 NFT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전망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등 대형 기획사들이 모두 진출한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 사업에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도 뛰어들었다. 걸그룹 블랙핑크를 비롯해 글로벌용 지식재산권(IP)이 많은 엔터사인 만큼, YG가 NFT 시장에서 어떤 디지털자산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YG가 선택한 협력사가 바이낸스라는 점이다. 통상 엔터사들은 IP는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력이 부족하다. 때문에 NFT 발행을 위한 기술 인프라를 지원해줄 협력사를 찾는다. 하이브와 JYP엔터테인먼트는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를 택했으며, SM엔터테인먼트는 해외 블록체인 플랫폼인 솔라나를 고려한 바 있다.
앞서 NFT 사업에 진출한 다른 대형사들과 달리 YG는 바이낸스를 선택했다. 따라서 YG NFT의 기반이 될 블록체인 플랫폼은 바이낸스스마트체인(BSC)이 될 것으로 보인다. BSC기반 NFT의 장점은 무엇인지, BSC의 약점을 YG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따라 NFT 사업의 성패가 좌우될 전망이다.
◆YG-바이낸스의 NFT 사업 전략은?
바이낸스는 지난 10일 YG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NFT 분야에서 협업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가 NFT 발행을 위한 기술 인프라를 제공하고, YG가 NFT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YG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 블랙핑크를 비롯해 4인조 컴백을 예고한 빅뱅, 위너, 아이콘, 악동뮤지션 등 유명 아티스트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YG는 아티스트들의 IP를 활용한 NFT를 선보일 예정이다.
바이낸스는 NFT 발행을 위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우선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인 '바이낸스스마트체인(BSC)'이 있다. BSC에는 NFT 발행을 위한 토큰 발행 표준 'BEP-1155'와 'BEP-721'이 있다. YG가 NFT를 발행하는 데도 이 토큰 발행 표준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바이낸스는 자체 NFT 거래 플랫폼인 '바이낸스 NFT'도 있다. 바이낸스 NFT는 NFT를 거래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와 발행(민팅)할 수 있는 도구를 모두 제공한다. YG가 발행하는 NFT도 바이낸스 NFT에서 거래될 전망이다.
다른 엔터사들과 다른 점은 BSC 기반 게임도 함께 제작한다는 점이다. YG와 바이낸스는 BSC 기반 게임과 메타버스를 함께 개발하고, YG NFT를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팬들에게 더욱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황보경 YG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바이낸스와의 협업은 YG가 가진 콘텐츠를 활용해 로열티를 확보하고,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또 NFT 사업을 위해 팬과 아티스트 간 유대감이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후발주자? "오히려 좋아"…바이낸스·BSC의 장점도 활용 가능
YG의 NFT 사업 진출은 이른 편이 아니다. 함께 ‘3사’로 분류되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보다 늦었다. 또 초대형 IP인 방탄소년단(BTS)을 보유한 하이브보다도 늦었다. 하이브는 두나무와 미국에 NFT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 꽤 구체적인 사업 단계까지 나아간 상태다.
하지만 YG에게는 후발주자가 되는 게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앞서 NFT 사업에 진출한 엔터사들이 받았던 비판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하이브가 BTS 팬들로부터 받았던 비판이다. 하이브가 NFT 사업 계획을 밝힌 지난해 11월, 팬들은 불매운동으로 답했다. 당시 팬들은 NFT 발행시 상당량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점을 들어 BTS가 추구하는 방향과 반대되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BTS가 유엔 연설에서 기후위기를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BoycottHybeNFT’, ‘#ARMYsAgainstNFT’ 등 하이브 NFT에 반발하는 해시태그가 트위터를 덮었다.
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신경쓰는 엔터사라면 어디든 받을 수 있는 비판이다. YG도 예외는 아니다. 때문에 YG는 사전에 이 같은 비판을 받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바이낸스의 블록체인 플랫폼인 BSC가 환경 친화적으로 가동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YG가 NFT 사업을 위한 협력사로 바이낸스를 택한 배경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바이낸스는 YG와의 파트너십 소식을 전하며 ‘친환경적’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강조했다. 바이낸스 측은 “바이낸스 NFT는 비트코인 블록체인보다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합의알고리즘 ‘지분 권위 증명(또는 Proof of Staked Authority, PoSA)’을 사용한다”며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NFT를 발행하는 것도 바이낸스와 YG가 협업하는 과정에서 고려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황보경 대표 역시 “K팝 리더로서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NFT 생태계를 꾸준히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FT를 발행하면서도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데도 바이낸스와의 협업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NFT 시장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 규모가 훨씬 더 크다. 국내 기업의 IP를 활용한 NFT도 해외 투자자들에게 팔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내 기업인 두나무를 선택한 하이브, JYP보다 YG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바이낸스가 여러 국가에서 규제 대상이 되고 있기는 하나,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임은 변함 없다.
이 밖에도 YG는 바이낸스의 블록체인 플랫폼인 BSC의 장점들을 활용할 수 있다. BSC는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에 비해 NFT를 위한 수수료가 저렴한 편이다.
BSC를 기반으로 하는 NFT 플랫폼 ‘바이낸스 NFT’의 경우 거래 수수료가 1%로, 세계 최대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씨(2.5%)에 비해 저렴하다. NFT 발행(민팅)을 위해 드는 돈도 적다. 민팅을 위해선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거래를 일으켜야 하므로 네트워크 수수료(가스비)가 든다. NFT 발행에 가장 많이 쓰이는 플랫폼인 이더리움은 가스비가 비싼 편으로, BSC에선 이더리움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도 NFT 민팅이 가능하다.
◆BSC 폐쇄성은 극복해야…일반 팬층 확보 중요
다만 BSC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우선 세계 최대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씨가 BSC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BSC 기반 NFT는 보통 바이낸스 NFT에서 거래된다. 즉, 폐쇄적인 편이다. 보통 NFT 커뮤니티가 지향하는 ‘탈중앙화’와는 거리가 멀다.
NFT 시장이 지난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일반 소비자보다는 가상자산 및 NFT에 관심이 많은 ‘크립토 네이티브(Crypto Native)’층이 주요 구매층이다. 탈중앙화와 거리가 먼 만큼, BSC 기반 NFT 프로젝트들이 크립토 네이티브층에게 큰 인기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는 이더리움, 솔라나 등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NFT 프로젝트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사례가 많았다.
따라서 YG는 크립토 네이티브층을 넘어 진짜 팬을 공략하는 전략을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YG 소속 아티스트의 팬이라면 어느 블록체인 플랫폼을 사용하는지와 관계없이 NFT를 구매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 팬들도 NFT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최대한 낮추고, NFT가 팬들에게 익숙한 개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할 전망이다.
또 YG가 바이낸스와 함께 개발하는 게임 및 메타버스도 적극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블록체인 기반 게임 프로젝트들은 게임 출시 전 NFT를 미리 발행한 뒤, 해당 NFT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NFT를 미리 사두면 게임 베타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화이트리스트’에 올려주거나, 게임 출시 후 특정 아이템을 에어드랍해주는 등 이벤트를 여는 식이다.
YG 역시 이 같은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특정 아티스트의 NFT를 사두면 추후 메타버스 플랫폼 내 팬미팅에 참여할 수 있는 ‘화이트리스트’에 올려주거나, 아티스트와의 소통 기회를 부여하는 것 등이 그 예시다.
헬렌 하이(Helen Hai) 바이낸스 NFT 글로벌 책임자도 YG의 NFT가 크립토네이티브층을 넘어, 새로운 이용자 기반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YG는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하나”라며 “NFT가 새로운 이용자 기반으로 확대되고, 주류 자산으로 채택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