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는 현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일관성 있게 수행하기 위해선 차기정부에서 청와대와 정부, 국회를 아우르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방송에 대한 과도한 정파성 개입 배제, 방송과 정치의 동치화 지양 등을 통한 공공과 산업정책의 조화, 공-민영 체계의 명확화, 전체적인 규제 수준 완화와 병행되는 규제체계 개편 등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8일 오후 한국언론학회와 제주언론학회가 공동 개최한 ‘차기 정부 통합 미디어 조직의 방송 부문 규제 개혁 및 진흥·지원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는 참석자들은 미디어 정책을 통합 관장할 독임제부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사진>은 “현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무정책이 정책’, ‘자유방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일부 편성 규제와 지상파 방송의 중간 광고 허용 등의 정책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미디어 공적 기능 수행 측면보단 유료방송이나 OTT 지원에 초점이 많았던 만큼 사실상 미디어 정책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다보니 현재 방송법과 IPTV법만으로 방송의 공적 기능을 담보하고, 급변하는 방송시장 및 산업의 혁신성장을 창출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또, 방송을 포함한 미디어 정책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 흩어져 있어 일관성 있는 정책 수행에 장애가 됐다.
이에 따라 그가 제시한 미디어 조직개편은 크게 청와대와 정부부처, 국회 등을 아우른다. 우선 청와대는 ‘문화미디어 수석’을 둬 문화체육 및 미디어를 총괄하는 역할이다. 청와대와 국회, 정부부처 등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방송, 통신, 콘텐츠 등 미디어전문성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존 과기정통부, 방통위, 문체부의 미디어 정책 부서를 통합하는 독임제부처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를 설립해 미디어 산업 진흥과 지원 역할을 맡는다. 국회의 경우 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두 기구를 합쳐서 ‘미디어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만들 것을 건의했다. 이를 통해 미디어 관련 법·제도 및 정책 효율성 제고가 기대된다.
이밖에 합의체 기구인 ‘공영(공공)미디어위원회’ 설립도 제안했다. 위원회는 재허가/허가. 심의 등 합의가 필요한 영역 담당하는 한편 이용자, 공적 기능 평가, 공영방송 등을 맡는다.
다만 공영(공공)미디어위원회 설립과 관련해선 공영방송 재원 확보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대규모 통합미디어 정부조직신설, 디지털미디어전담부서·공공미디어위원회 신설, 방송영역만 전담하는 소규모 위원회 또는 부처신설 등 방송산업 활성화를 위한 3가지 정책 거버넌스 개편이 시장 및 학계에서 논의되는 대표적 유형”이라면서 “합의제냐 독임제냐 하는 원론적인 논의를 차치하더라도 KBS 수신료가 인상되지 못하고, MBC가 여전히 광고나 상업적 재원의 98% 이상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공공미디어위원회를 신설해도 마찬가지로 시장 영역에서 중복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부분은 공영방송 재원 구조에 대한 정책 철학이나 방향성과 공공미디어위원회 운영방안이 같이 논의돼야 한다”며 “그런데 아직까지 순수하게 조직 형식으로만 논의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밖에 이만제 원광대 교수는 미래형 지상파 방송 생태계 혁신 위해 ‘공공방송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상파방송 사업자 전체를 공공방송으로 규정해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도 공공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책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지역방송 활성화를 위해선 지역콘텐츠 편성 쿼터제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