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애플이 전세계에서 꿈틀대는 인앱결제(앱 내 결제) 규제에 한 발 물러났다. 한국뿐 아니라 네덜란드도 외부결제 수단을 허용하기로 했다.
최근 애플은 네덜란드 소비자‧시장당국(ACM) 명령에 따라 네덜란드 데이팅앱 관련 개발자들이 외부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ACM은 2019년부터 착수한 데이팅 앱 중심 반독점 조사 결과, 애플이 인앱결제 시스템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최대 30%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을 시장 지위 남용으로 판단했다. ACM은 애플을 향해 외부결제를 허용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단, 이는 데이팅 앱에만 해당된다.
지난 15일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애플은 최대 5000만유로 과징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화로 약 670억원이 넘는 규모다. 처음에 애플은 항소 의지를 드러냈으나, 시정명령일이 다가온 가운데 지난 14일(현지시간) 외부결제 시스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애플은 한국에서도 제3자 결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7일 인앱결제강제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준수를 위해 한국 앱스토어 상 앱 내 제3자 결제서비스를 허용하는 계획안을 제출했다. 애플은 외부결제 이용 때 30% 이하 수수료를 적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수수료율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은 처음으로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을 지난해 시행한 국가다. 구글은 애플에 앞서 국내법 준수를 위해 외부결제를 허용하기로 하고, 한국만을 위해 자사 정책을 변경했다. 이와 관련 구글은 외부결제 수수료율을 4%포인트를 인하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구글을 향해 우려를 던졌다.
인앱결제강제금지법 국회 통과 소식에 “나는 한국인”이라고 외친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아 “구글은 한국 입법 이후 30%의 수수료를 우회하려고 하고 있으며 애플은 한국 법을 무시하면서 10억명 이용자를 하나의 스토어와 결제 시스템에 묶어 두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구글이 외부결제 수수료율을 4%포인트 내리기로 했지만, 카드사 수수료 등을 합하면 인앱결제를 선택했을 때보다 더 비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앱 개발사를 향해 인앱결제를 유도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전규제 논의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구글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외부결제를 허용한 애플 또한 우회적 방법으로 인앱결제를 유도할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앱 내 결제를 강요하는 대신 다양한 결제 시스템 선택권을 보장하는 인앱결제 규제는 한국을 시작으로 전세계 주요 국가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프랑스와 유럽연합(EU), 인도 등도 관련 입법 준비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