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국내 상장 게임사 9개사 중 7곳이 지난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중 사회 부문(S, Social)에서 A등급을 받지 못했다.
다만, 환경(E, Environment) 부문 평가에서 수두룩했던 최하위 D등급은 사회 부문에선 피했다. 하지만 게임사들은 사회 부문에서의 등급 또한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2021년 상장기업의 ESG 평가 및 등급 공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와 NHN은 사회 부문에서 모두 A등급을 받았다. 그 뒤를 이은 곳은 넷마블(B+), 더블유게임즈(B+)이다. 웹젠과 펄어비스, 넥슨지티는 B등급을, 위메이드와 컴투스는 C등급을 받았다.
환경 부문에서 A등급이 전무했던 데에 비하면 약진한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낮은 등급을 가진 게임사가 상당하다. 지속가능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 등 사회적 비판에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게임업계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인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어, 더는 수익성에만 치중하는 행보를 보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국내외 투자자의 투자의사 결정 고려 요소로 비중이 높아졌다. 일부 투자자는 투자를 결정할 때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인 요소가 기업에서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도 감시한다. 게임사에게는 회사 내부는 물론 자사가 만드는 게임이 사회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게임사는 지난해 초부터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게이머에게 뭇매를 맞았다. 확률형 아이템은 캐릭터 능력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랜덤으로 뽑는 아이템이다.
성능이 높은 아이템일수록 당첨될 확률이 낮은 만큼 일부 유저의 과도한 과금을 유발시켜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됐다. 이는 게임의 사회적 측면인 청소년 보호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대부분 게임사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확률형 아이템 시스템 비중을 줄이고, 과도하게 낮은 확률 설정을 지양하는 분위기다. 최근 넥슨은 업계 최초 확률 모니터링 시스템인 ‘넥슨나우’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게임을 즐기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인 플레이투언(Play-to-Earn, P2E) 게임이 주목 받으면서, 기존 게임에서의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 과금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를 인식한 게임사들은 비즈니스 모델에서 확률형 아이템 비중을 줄이고 관련 정보 공개를 추진 중”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또한 확률형 아이템에서 과도한 수준의 과금을 유발하는 콘텐츠에 대한 규제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에 대해 논의 중이다. 다만 국회는 당초 지난해 12월 공청회를 열어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전부개정안 입법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미룬 상태다.
이 밖에도 장애인, 게임 과몰입, 청소년 보호 등 사회적 측면이 부각된다.
지난해 국감에선 장애인 게이머의 게임 콘텐츠 접근성이 용이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 국정감사에서 청각장애인 이용자를 다른 이용자들이 도운 ‘로스트아크’ 사례를 언급했다.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다.
김 의원은 당시 “게임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에 대한 논의와 지원은 미비한 수준”라며 “콘진원 차원에서 장애인 게임 접근성 관련 연구를 진행해 게임업계에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 과몰입 측면에서는 올해 게임사 노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각 게임사마다 ‘게임시간 선택제’ 일환으로 만든 별도 홈페이지를 통해 부모에게 자녀 이용시간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돕고 있기 때문이다. 총 이용시간 데이터도 제공한다.
국내 게임사는 대체적으로 선정성과는 거리가 먼 게임을 개발·출시하고 있다. 최근 옷 벗기기 진행 방식으로 논란이 불거진 ‘와이푸 사태’처럼 선정성이 부각되는 게임 제작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삼정KPMG 게임산업 리더 박성배 전무는 ‘2022 게임 산업 10대 트렌드’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ESG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ESG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한 첫 발을 떼고 있다”며 “전 세계 이용자를 대상으로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들은 ESG 다각적 요소를 포괄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을 맞이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