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성남시에 사는 30대 워킹맘 B씨는 직장과 집안일에 치여 자산관리에 신경 쓸 시간이 도저히 없다. 분명 월급은 들어오는데 어디서 이렇게 많이 빠져나가는지, 또 남은 돈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그러나 이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면 재테크 비서에게 이 모든 고민을 맡길 수 있다. 신용정보 제공에 동의를 하면, 은행 입출금 내역부터 보험가입내역, 통신이용기록, 부동산 등 다양한 정보를 마이데이터 업체가 취합해 소비‧자산을 관리해 주는 것이 가능하다. 이번 달은 어디서 지출이 많았는지, 나에게 딱 맞는 금융상품은 무엇인지 알려주어 똑똑한 자산관리가 가능해진다.
1월 5일부터 34개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API방식의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전면 시행된다.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받은 53개사는 물론 예비허가 10개사가 새해 초 서비스에 나서게 되면 60여개 사업자 중심의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화된다.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확충할 계획으로 서비스 제공 사업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권 혁신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계좌 중심의 뱅킹 서비스가 이제는 ‘데이터’ 중심의 플랫폼 비즈니스로 변화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해 개인에 최적화된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도 금융 소비자들이 받게 될 혜택 중 하나다.
하지만 서비스 준비단계부터 마이데이터는 순탄한 길을 걷지는 못했다.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간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부터 시작해 API 방식과 스크래핑 방식의 강제 여부에 대한 핀테크 업체들의 반발, 마찬가지로 금융사 수준의 망분리 등 보안 대책을 요구하는 금융당국에 대해 핀테크 업체들이 대기업 위주의 사업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을 하는 등 잡음이 이어졌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지난 12월부터 시작된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에서 드러난 고객 정보 유출 등에 대한 문제다. 고객정보 유출이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네이버파이낸셜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모두 보안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대형 금융기관과 빅테크 업체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마이데이터 보안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는 이유다.
금융당국이 새해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보다 안전한 방식인 API 방식을 통해 개인신용정보 통합조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장담하던 것을 생각하면 불안감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 같은 고객정보 유출이 시범서비스 기간에 터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물론 마이데이터 의무전송 기관 등 마이데이터 생태계를 구성하는 구성원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시스템 설계가 미흡할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 업계에서도 꾸준히 문제로 지적해왔다.
특히 60여개 사업자는 물론 마이데이터 전송 의무를 지고 있는 생태계 구성원까지 고려하면 데이터 송수신에 있어 병목현상 발생으로 인한 시스템 마비 및 저하는 물론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의 정보 유출 가능성도 높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우려 탓에 당초 1월 1일 서비스 본격 오픈 일정을 5일로 급박하게 바꿨다. 연휴기간에 시스템을 오픈할 경우 장애 및 사고 발생시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평일인 5일로 늦춘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 본격 서비스를 앞두고 기능적합성 및 보안취약점 점검을 의무화하고, 적요·주문내역정보 등 민감성 정보에 대해서도 별도 동의 절차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강구해왔다. 이를 통해 전문기관 등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앱·시스템 일체에 대한 보안취약점 점검 등에 나서도록 했지만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에 당황하는 모양이다.
마이데이터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흔 히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 모델이다. 유럽에서 GDPR 등 개인정보에 대한 권한 주체를 개인에게 다시 돌려주자는 운동이 우리나라보다 먼저 시작됐지만 이러한 개인정보 주권 강화를 비즈니스와 접목시켜 정부에서 제도화하고 시장을 만든 것은 유례없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
때문에 시장에서의 조기 안착에 전세계에서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잦은 오류와 데이터 유출이 발생할 경우 결과적으로 금융소비자의 관심밖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사는 물론 금융당국의 고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