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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인싸] 재능러 남매, 웹툰작가 '정동생&정오빠'


"스토리를 고민하고 고민하다, 콘셉트 하나만 내놓으라고 오빠 방문을 쾅 열면서 시작됐어요. 그러다, 계약 당시 가볍게 그렸던 만화를 끝까지 이끌 자신이 없어 오빠와 같이 계약해도 되냐고 물었죠. 완성본만 나오면 된다는 대답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웹툰계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정동생&정오빠 이야기다. 남매가 각자 그림작가와 각색작가를 맡아 함께 활동하고 있다. 보통 싸우기도 바쁜 게 남매 사인데, 어떻게 같이 일까지 할 수 있는 것일까?

정작 당사자는 "오히려 좋다"는 반응이다. 현실 남매라 피드백을 좀 더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위 뼈를 때리는 충고도 가능하다. "이런 연출은 안 좋다" "이런 디테일이 아쉽다" 등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하고 있는 웹툰 '내가 죽였다'는 변호사와 형사가 함께 의문스러운 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추리 드라마다. 15세 관람가에 추리 드라마 장르임에도 입소문을 타면서 조회수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작품은 제 2회 추미스(추리·미스터리·스릴러) 작품 당선작인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국내 인기에 힘입어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해외시장은 판타지 장르나 학원물이 강세지만, 정동생의 수려한 작화와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추리 장르를 사랑하는 많은 해외 팬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동생과 정오빠는 "앞으로 다른 사람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며 "'모두에게'가 아닌 '누군가에게' 최고의 웹툰이 되는 작품을 남겨보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다음은 정동생&정오빠와의 일문일답.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동생) 안녕하세요. 그림작가 정동생이라고 합니다. 웹툰을 그리고 있고, 다른 닉네임으로도 웹소설 프롤로그, 표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오빠) 안녕하세요. 각색작가 정오빠입니다. 정동생 그림작가와만 작업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작가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정동생) 처음부터 같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졸업작품을 해야 했는데 전공이 영상이다 보니 선택지는 대부분 3D와 영상이었고, 영상보다 그림이 좋았던 저는 최대한 그림으로 졸업하고 싶은 마음에 유일한 선택지인 웹툰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만화를 좋아하더라도 그림만 그리던 저는 처음부터 스토리를 쓰기에 버거움이 있었습니다. 그때 오빠가 책과 미디어 스토리를 많이 꿰고 있던 것이 생각나 "만화 콘셉트 하나만 내놔 봐"라며 방문을 연 것이 시작이 됐습니다.

이후 웹툰을 선택했으니 ‘대학만화 최강자전’에 작품을 넣어보라는 교수님 말씀에 지원한 것을 기점으로, 운이 좋게 32강 본선에 들었고 타 만화 대학 교수님이 작품을 보고 연락을 주면서 웹툰계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정오빠) 동생이 ‘대학만화 최강자전’에 작품을 출품한다고 해서 저는 응원하는 입장이었죠. 그런데 스토리에 자신 없어 하는 동생을 위해 새로워 보이는 이야기 콘셉트를 짜면서부터 활동하게 됐습니다. 저는 동생과 달리 전업이 아니다 보니 이름 없이 동생 뒤에서 지원만 하려 했으나, 동생이 저까지 끌어들여 계약하면서 작가로서 처음 활동하게 됐습니다.

정말 어쩌다 보니 얼떨결에 하게 된 것 같네요. 덕분에 회사 겸업 확인서 준비를 비롯해 인사팀에 사정하느라 한참 진땀 뺐던 기억이 있습니다.

Q. 어떻게 남매가 함께 작업하게 됐나요? 함께 해보니 어떤 장단점이 있나요?

▲(정동생) 오빠랑 같이 작업하면 가감 없이 스토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만화라는 게 글, 그림 모두 해야 하기에 스토리가 맘에 들지 않거나 이해되지 않으면 별로 그리고 싶지 않거든요.

스토리가 오고 회의를 할 때 상황이 이해가 안 되면 등장인물이 어떤 심정으로 대사를 하는 것인지 손쉽게 물어볼 수 있어요. 오빠가 이해시켜 주죠. 또 중간에 연출이 떠오르는 부분이 있으면 "이런 연출이 있는데 이렇게 바꾸는 게 어떤지" 의견을 건네기도 하고요. 캐릭터 디테일 등 연출과 캐릭터 부분에서 제 자율성을 인정해 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단점이라고 하면 오빠도 저도 대사를 엄청 못써서 둘다 보완을 못하는 점? 이외엔 생각이 따로 나진 않네요.

▲(정오빠) 저도 처음부터 동생과만 일을 해왔고, 모든 작업을 동생과 같이 했습니다. 장점이라 하면 서로 의사소통 하는 게 정말 편하다는 것입니다. 모든 창작자에겐 어느 정도 프라이드가 있기에 서로의 잘못된 부분을 이야기하기 정말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요.

단점으로는 서로의 영역에 가감 없이 의견을 내기 때문에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동생의 경우 캐릭터 매력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이야기를 선호하고, 저는 짜임새 있는 사건 중심 이야기를 중시하기 때문에 가끔 이런 부분으로 충돌하는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매라서 그런지, 서로 존중해주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강하게 부딪쳐도 다음날 되면 또 서로 풀립니다.

Q. 작품 ‘내가 죽였다’에 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정오빠) 극 초반부터 몰입감 있는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지루할 일 없이 즐길 수 있는 추리 스릴러 입니다. 다소 어두운 소재의 이야기지만 또 무겁게만은 그려 내지 않아, 추리라는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 분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Q. 원작을 처음 접했을 때 어땠나요?

▲(정동생) 쉬고 있는 동안 여러 작품 제안이 왔었는데 판타지와 로맨스 장르 위주였어요. 스릴러는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장르라, 즐겁게 초반부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오빠) 정통 추리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시각화하기 좋은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설 작품 중 추리는 각색을 통해 시각화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울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장편의 경우는 더욱 그렇고요.

추리를 통해 사건이 밝혀질 때는 설명이나 사건의 재구성이 길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고, 글 중심으로 변해 동생 그림 실력을 돋보이게 할 파트도 줄어들 수 있죠. 하지만 이 작품은 시각화 매력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저희 장점 중 하나가 그림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저희가 표현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웹툰은 원작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정동생) 캐릭터 측면에서는 원작에서 선수같이 능글거리고 능력 좋은 뺀질이 무일이와, 예쁘지만 당돌하고 다소 다혈질인 형사로 표현되어 있는 여주가 있다고 한다면, 웹툰에서는 연애에 ‘쑥맥’이고 강아지 같지만 할 땐 하는 무일이와 자신의 신념을 굳게 가진 카리스마 있는 여주가 등장한다고 생각하면 좋겠네요.

그리고 무일이가 일반 사건을 맡고 싶지 않았던 과거, 원작에서 설명되지 않은 사건의 트릭이 조금씩 달라지고 당위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에피소드를 추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오빠) 동생 이야기처럼 주로 캐릭터성이 변경됨과 동시에 개연성 추가가 있었습니다. 캐릭터가 움직이는 명분이나 배경에 대한 부분을 조금 더 강화하고, 원작보다 모든 캐릭터가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작업했습니다.

개연성 부분은 무일이 사건에 뛰어들게 되는 배경을 좀 더 추가해 독자가 무일을 이해하기 좀 더 쉽게 하고, 정보기술(IT) 기기 관련 고증 오류를 보완해 좀더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변경했습니다. 또 원작의 맥거핀 요소들도 조금 더 풀어서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더 이야기하고 싶으나, 스포가 될 것 같네요.

Q.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던데, 어떻게 만들어진 등장인물인가요?

▲(정동생) 원작에서 설명이 안됐던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로 만들어졌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물로 진행되는 스토리다 보니 같이 케미를 만들 수 있는 멤버가 더 늘어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등장시키게 됐습니다. 작중 여주인공이 여주인 것을 보고 조(호)연이라는 이름으로 지었어요. 호연이에 대한 반응이 좋다면 비단 이음새만이 아닌 자체적인 캐릭터로 분량을 키우는 쪽도 생각 중에 있습니다. 호연이가 좋으시다면 댓글에서 많이 표현해주세요.

▲(정오빠) 원작과의 차이점에 대한 개연성을 높이고 변사무장과의 케미, 나아가 시즌2에서의 활약을 염두에 둔 캐릭터입니다. ‘해커’라는 이미지로 만들어진 이유는 저의 본업이 IT 보안 일이다 보니 좀 더 전문가의 관점에서 서술하기 편해서이기도 합니다. 자체적인 캐릭터 줄거리를 구상해 뒀으나, 상황에 따라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할 듯합니다.

Q. 각색할 때 주로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하나요?

▲(정동생) 오빠가 메인 스토리를 다듬어주면 저는 캐릭터가 더 입체적일 수 있도록 하는 제스처를 많이 고민합니다. 캐릭터 심리 상황 표현이 증폭될 수 있도록 생각하며 그림을 배치합니다.

▲(정오빠) 아무래도 시각화했을 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를 계속 생각합니다. 스토리 개연성만큼이나 웹툰에서 중요한 것은 ‘보는 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무일과 여주와의 관계 감정선을 화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이 추가됐습니다. 추리 스릴러긴 하지만 멜로 라인이 있는 이상 이 부분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네요.

Q. 전개가 궁금한 나머지 소설도 함께 결제하는 독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나요?


▲(정동생) 초반 제안을 받았을 때 각색 폭이 넓은 작품이라 엔딩을 제외한 부분을 전부 변경해도 된다고 들었지만, 현재는 원작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더 나은 엔딩이 있거나 좋은 방향이 있다면 PD님과 논의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겁니다. 원작 그대로 진행한다고 해도 저희 방식으로 풀다 보면 달라지는 부분이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웹툰 흐름에 맞게 제작하다 보니, 에피소드 변경은 물론 캐릭터 변경과 오리지널 캐릭터 추가도 있습니다. 흐름은 비슷하지만 원작과는 다른 재미로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원작 스파이더맨, 소니 스파이더맨, 마블 스파이더맨이 전부 다르듯, "이 부분은 왜 안나왔어!", "우리 주인공은 안 그래!"라고 하시면 슬플 것 같아요.

Q. 독자 반응은 어떻게 살펴보나요?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나요?

▲(정동생) 가끔 큰 마음을 먹고 댓글을 봅니다. 사소한 댓글로도 상처를 잘 받는 편이긴 하지만, 댓글과 별점을 달아주는 독자님들 수를 보며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셨는지, 어떤 장면이 특히 좋으셨는지 보고 있습니다.

종종 감사한 댓글이 있어요. 체력이 닿는 선에서 조그마한 이스터에그를 종종 넣는데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이거 다른 작품에서 나온 캐릭터 아니야?"하고 알아봐 주실 때, 다른 작품도 읽어주고 기억해주고 계시는구나 하는 고마움이 들어요. 또 사소하지만, 캐릭터 심리, 행동에 뜻을 가지고 그린 장면이 있었는데 설명이나 대사가 특별히 들어가 있지 않아도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항상 감상 댓글 감사합니다.

▲(정오빠) 작품 중간에 트럭이 무일과 여주에게 달려드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하는 화가 있거든요. 그때 동생이 작가 말로 꼭 “가자! 이세카이로!"라고 붙이고 싶어했습니다. 갑자기 추리물에서 이세계물로 변경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었고요. 그런데 마침 그 화가 공개되자마자 그런 류의 댓글이 달려있어서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Q. 올해,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뭔가요?

▲(정동생) 요즘 웹툰이 사람들과 친숙해진 만큼 제가 웹툰을 그린다고 하면 "어떤 거 그리는데?"라는 흥미 가득 섞인 물음을 건네곤 해요. 그런데 작품을 듣고 나서 "모르겠네, 그런 게 있구나" 하는 반응이 때로 상처가 됐어요. 언젠가, 누군가에게 웹툰 제목을 말했을 때 “그거 봤었는데 재미있더라”라는 말이 듣고 싶어요. 학자금 빚쟁이 탈출과 모든 이의 꿈 ‘내집 마련'이 최종 목표입니다.

▲(정오빠) 올해 목표는 이 좋은 작품을 잘 이끌어 가는 것입니다. 추가로 오리지널 작품을 위해 시놉시스를 쌓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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