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기대감이 너무 컸나.”
디즈니플러스가 이달 12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즈니·마블·픽사 등 월트디즈니의 막강한 콘텐츠 라인업을 갖췄다. 월 9900원에 4명까지 동시접속 된다. 앱·웹은 물론 IPTV로도 볼 수 있다. 국내선 LG유플러스가 IPTV 독점 제휴를 맺었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벌써 여러 반응이 나온다. 풍부한 콘텐츠와 가족적 분위기를 반기는 이들이 있는 반면, 눈에 띄는 오리지널이 없다거나 자막 오류가 빈번하단 쓴소리도 들린다. 과연 베일을 벗은 디즈니플러스의 진짜 모습은 어떨지 직접 체험해봤다.
◆ 다소 심심한 첫 인상
모바일 앱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월 9900원 월정액을 지불했다. 결제 전 미리 둘러보기는 불가능했다. 계정에 접속한 뒤에는 프로필을 선택할 수 있다. 프로필별로 4자리의 핀(PIN) 번호를 생성해 개별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사용자인터페이스(UI)는 직관적이다. 화면 상단엔 디즈니플러스가 추천하는 콘텐츠 라인업이 롤링되어 표시된다. 아래로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타 등 총 6가지 브랜드로 구분해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했다.
이어 ‘오리지널’ ‘하이라이트’ ‘시청 중인 콘텐츠’ 등 자체 카테고리를 통해 콘텐츠를 모아 제공한다. ‘몰아보기 끝판왕’ ‘추천 콘텐츠’ 등 디즈니플러스에서 직접 콘텐츠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다만 서비스 초기이므로 추천의 정확성을 판단하긴 어려웠다.
화면은 다소 밋밋한 느낌도 든다. 첫 화면에서 자동 재생되는 메인 영상을 강조하거나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배치해 힘을 준 경쟁사들에 비해 무난한 느낌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이용자의 시청 성향을 분석해 섬네일마저 다르게 표현한다.
◆ 과연 ‘콘텐츠 왕국’ 답네
디즈니플러스의 진면목은 역시 콘텐츠에서 드러난다. 디즈니플러스에는 총 1만6000회차 분량의 영화 및 TV 프로그램들이 있다. 하루 5편씩 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를 본다고 가정해도 약 9년은 흘러야 모든 콘텐츠를 다 볼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액션·SF·히어로 영화들에 관심이 많은 팬이라면 디즈니플러스는 탁월한 선택이다. 최신작인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을 비롯해 ‘어벤져스’ 시리즈로 잘 알려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완다비전’ ‘로키’ 등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MCU 세계관 오리지널 드라마도 팬들에겐 반가운 라인업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양한 다큐멘터리와 20세기스튜디오의 ‘심슨가족’ 시리즈 등 ‘스타’ 브랜드로 묶인 월트디즈니컴퍼니 자회사에서 선보인 콘텐츠들 역시 전체 이용이 가능했다. ‘스타’에서는 ‘아는형님’ ‘부부의세계’ ‘SKY캐슬’ 등 기존 한국 콘텐츠부터 ‘뛰는놈 위에 노는놈(런닝팬 스핀오프)’ 등 신규 한국 오리지널도 볼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애니메이션 ‘패밀리가이’나 시트콤 ‘말콤네 좀 말려줘’, 다큐멘터리 ‘항공사고 수사대’ 등 디즈니가 지식재산권(IP)을 가진 콘텐츠 중 상당수가 아직 디즈니플러스 국내 서비스에선 제공되지 않는다. 기대를 모은 한국 오리지널도 아직은 부족하다. 드라마·예능을 포함해 한국 콘텐츠는 총 17편에 그친다.
기존 월트디즈니 팬이 아니라면 마블 등 주류 콘텐츠 라인업에 공감하기도 힘들다. 10년이 넘도록 쌓아온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면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특히 MCU 오리지널들은 액션씬이 기존가 크게 다를 바 없거나, 영화가 아닌 드라마적 특성상 제작비가 줄어 스케일이 부실해보이기도 했다.
◆ 대체 자막이 왜 이래?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자막’이다. 불법 콘텐츠에서나 볼 법한 엉터리 자막이 즐비했다.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 중 한 장면에서는 “함께 성에 가실래요?”(You’re welcome to join us in the castle)라고 묻는 장면에서 “가랑이를 함께해요?”라는 황당한 한글 자막이 달리기도 했다. 현재 해당 자막은 수정된 상태다.
또 다른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3’에서는 주인공 버즈의 스페인어를 발음 그대로 한국어로 적어 내보냈다. 버즈는 스페인어로 “알 수 없는 외계 생명체로부터 둘러싸였다”라고 말했지만, 디즈니플러스는 이 부분을 ‘엑스뜨라냐스 이 데스꼬노즈꼬’라고 표시했고, 이어 스페인어 부분은 계속에서 발음 그대로 자막이 제공됐다.
드라마 ‘X파일’의 대사인 “난 기다릴 수 없어”(I can't wait)는 “기다릴게”로 오역됐고, MCU 오리지널 ‘로키’에서는 “여긴 뭐야, 식당이야?”(What is this, a deli?)를 묻는 로키 질문에 직원이 “No”(아니다)라고 대답한 것을 “싫어”로 직역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검색 UI도 아쉽다. 디즈니플러스는 현재 일부 키워드를 제외하고는 콘텐츠를 검색할 때 해당 키워드가 포함된 제목의 콘텐츠만 보여준다. 이용자가 좋아할만한 유사한 콘텐츠도 함께 보여주는 경쟁사 서비스에 비해 부족하게 느껴진다.
월트디즈니컴퍼니가 공식 트위터에서 ‘한국 진출’을 처음 언급한 것이 작년 12월이다. 최소 1년 이상 준비 작업을 했음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퀄리티다. 물론 넷플릭스 역시 초기엔 서비스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OTT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지금 다소 안일한 대비를 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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