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와 국내 통신사간 망 사용료 공방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며 SK브로드밴드에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에는 넷플릭스 임원이 직접 한국을 찾아 같은 입장을 되풀이 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자신들은 어디까지나 콘텐츠제공사업자(CP)일 뿐이므로, 망 사용료를 낼 이유가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망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의 몫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오픈커넥트’(OCA)다. OCA는 넷플릭스가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로 자체 구축한 캐시서버인데,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트래픽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트래픽이 문제면 우리가 줄여줄게, 대신 망 사용료는 못 내’ 이 얘기다.
하나씩 살펴보자. 망에 대한 책임은 ISP가 져야 한단 주장은 과거에는 맞는 말이었다.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동영상을 보는 시대가 아녔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젠 글로벌 CP들의 트래픽 증가량은 ISP의 망 증설 속도를 추월할 지경이다. 넷플릭스라는 단일 기업이 발생시키는 트래픽 비중이 전 세계의 15%에 달한다. 결국 네트워크 투자·유지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누군가는 이를 부담해야 한다. CP들이 분담하지 않는다면 오롯이 ISP의 몫인 건데, 그 말인즉 이용자 부담이 늘어난단 소리다.
그렇다면 과연 OCA로 트래픽을 줄일 수는 있는 걸까? 확신할 수 없다. 넷플릭스는 OCA로 트래픽량의 95%가량을 절감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ISP들의 체감은 다르다. 넷플릭스는 현재 일본과 홍콩에 OCA를 두고 있다. 한국에 OCA를 설치하게 되면 해외와 한국 사이 해저케이블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니 넷플릭스의 부담은 줄어든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망은 결국 통신사 망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트래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ISP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구글과 넷플릭스 정도를 제외한 국내외 다른 CP들은 대부분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는 국내구간에 대한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으며, 메타(구 페이스북)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 또한 국제구간과 국내구간 모두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역시 CDN 업체를 통해 국내 ISP들에 간접적으로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그럴 듯한 논리를 벗기고 나면,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이유를, 국내 ISP들은 넷플릭스의 우월적 지위에서 찾는다. 실제로 강력한 콘텐츠 파워를 가진 글로벌 대형 CP는 국내 ISP들과의 협상에서 막강한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넷플릭스의 OCA를 설치한 LG유플러스가 실은 독점 제휴를 하는 과정에서 굴욕적인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후문은 업계 대부분이 아는 이야기다.
해법은 없을까. 넷플릭스는 얼마 전 국내법과 망 사용료 의무화 관련 법 제정 움직임에 대해 빈말이나마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글로벌 CP의 ‘합리적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간 것이다. 국회의 입법 추진만이 넷플릭스를 움직이게 할 열쇠다. ICT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