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기술을 가졌다. 바이오, 인공지능(AI), 로봇, 우주 분야 기술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렇게 공들여 쌓은 기술 금자탑도 유출이 될 경우 1초만에 무너질 수도 있다.”(박지원 국가정보원 원장)
19일 국가정보원,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제안보 시대의 산업보안 전략’을 주제로 '2021 산업보안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축사를 맡은 박 원장은 “산업보안은 곧 국가안보 그 자체”라며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5년간 89건의 기술 유출 사건을 적발함으로써 약 19조원의 피해를 예방했다. 방첩 역량과 국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첨단기술 유출 시도를 끈질기게 추적한 성과라는 설명이다.
이날 컨퍼런스는 총 4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해외 합작회사(JV) 설립시 보안 노하우 ▲국가핵심기술 보호를 위한 보안인력 양성 방안 ▲기업간 상생을 위한 산업보안 생태계 강화 등으로 구성됐다.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화, 효성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첫 세션의 발표를 맡은 정영준 현대자동차 책임은 “국내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중이다. 국내 기술과 외국 자본이 결합하는 것인데, 이때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가능성이 높다”며 “정보의 소유권, 사업 종료시 처리 절차 등을 계약서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합작회사 설립에 따른 주의점에 대해 LG 디스플레이 권재성 팀장은 “기술을 제공한 회사는 이전된 기술이 합작 사업에만 이용되기를 바라겠지만 상대방 회사에서는 해당 기술을 흡수해서 원래 사업에까지 이용되기를 기대한다”며 “이전되는 기술의 이용 범위, 기술로부터 파생되는 기술의 소유권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기술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퍼런스에서는 중소기업의 보안 역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국정원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기업 규모별 기술 유출 사례 중 중소기업은 전체 111건 중 66건은 중소기업의 피해다. 36건으로 집계된 대기업 대비 피해가 크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기술 보호 역량지수를 100으로 봤을 때, 중소기업의 최근 3년간 기술 보호 역량지수는 평균 68.2점이다. 중소기업은 보안 전담 인력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컨퍼런스 참여자는 보안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SK C&C는 남혁우 팀장은 “최근 5년간 기술유출 111건 중 국가핵심기술은 30%가량인 35건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주력 산업분야에 집중돼 있다”며 “인력 육성 및 확보를 위해 기억의 노력과 정부의 법·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