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지난 14일 연 온라인 미디어 행사에서 망 사용료에 대한 질문에 이 같은 답변을 내놨다. 디즈니의 철학은 선량한 기업이 되자는 것이며, 망 사용료에 대해서는 다양한 파트너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사실 디즈니는 국내 통신사들에 망 사용료를 간접적으로나마 지급하기로 했다. 글로벌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로서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는 것이 기업의 ‘선량한’ 행보라는 것도 인정한 셈이다.
이와 다르게 또 다른 글로벌 대형 CP인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에 대해 상반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ISP에 대한 망 사용료 지불을 거부하면서, 특히 국내 통신사 중 SK브로드밴드와는 소송전까지 불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 디즈니는 내지만 넷플릭스는 내지 않는 이것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달 국내에 정식 디즈니플러스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가 CDN 사업자와 계약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면, CDN 사업자는 국내 통신사에 직접 망을 연결해 전용 회선료인 망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CP인 자신들이 ISP에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망에 대한 모든 비용은 전적으로 ISP의 몫이라는 것이다. 또 넷플릭스는 자체 CDN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캐시서버 프로그램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통해 통신사들의 망 비용을 이미 절감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사례를 들여다보면 넷플릭스의 주장은 일면 힘을 잃는다. 디즈니플러스 외에도 구글과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수 글로벌 기업이 이미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넷플릭스조차도 미국 등 해외에서는 망 사용료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본적으로 CDN 서비스는 통신사에 비용을 지불하는 사업모델이다. 넷플릭스가 자체 CDN인 OCA를 구축하고 있다면, 그것대로 통신사에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통신업계에서는 오히려 OCA에 대해 “해외망 구간에 소요되는 넷플릭스의 자체 데이터 전송료를 절감하기 위한 인프라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 넷플릭스 대 SKB 망 사용료 소송, 1심 판결은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채무부존재 소송을 건 상태다. 자신들은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음을 확인시켜달라는 소송이다. 막상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 6월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의 청구 가운데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을 각하하고, 망 사용료 제공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부분도 기각했다.
넷플릭스는 1심 판결에 불복, 지난 7월 항소했다. 당초 이달 10일까지였던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도 연장하면서 법정 공방을 장기전으로 끌어가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아내기 위해 지난달 30일 맞소송했다. 이번 반소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지난 3년간의 망 사용료를 청구했다.
소송전이 지지부진해지자 국회에서는 아예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의 국내 망 이용대가 부과를 의무화하는 법제화에 나서고 있다. 김영식·전혜숙 의원 발의에 이어 김상희·양정숙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규제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도 입법화에 적극 공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