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는 한달에 9500원을 받아도 국민들이 거부하지 않는데 KBS 수신료는 그 4분의1 수준인데도 지탄받고 있다.”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진행한 한국방송공사(KBS) 등 국정감사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KBS는 기존 2500원이었던 수신료를 52% 인상해 3800원으로 조정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넷플릭스 등은 한달에 9500원을 받지만 국민들이 거부하지 않는데, KBS 수신료는 지탄받고 있다”며 “EBS의 경우 수신료 2500원 가운데 70원 정도 받는데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원격강의 등 공영방송 가치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데, KBS는 뭘 했느냐”고 질타했다.
과방위 의원들은 공영방송 수신료의 현실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KBS를 향한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표했다.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40년째 제자리걸음인 수신료 현실화에 동의한다”면서도 “일부에선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인상이 적합하냐는 의견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의원은 “KBS가 수신료 인상을 이끌려면 상업방송과 차별화해야 하고, KBS 2TV의 상업적 광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진 데는 과거 누적된 방만 경영과 콘텐츠 품질 저하에 따른 시청자들의 외면이 큰 몫을 했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에서 추진하는 수신료 인상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KBS 중점과제인 신뢰회복, 공영미디어 전환, 조직변화 등의 문제는 수신료 인상과도 연관돼 있다”며 “KBS의 문제점은 방만경영, 저효율 고비용 인력구조, 콘텐츠 품질 저하, 재정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양승동 KBS 사장은 “수신료 조정은 단순한 재정 위기의 문제가 아니라 방송 공공성의 위기에 대한 근본적 검토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라며 배수진을 쳤다.
양 사장은 “(수신료 인상) 준비는 2년 정도 탄탄히 했고, 코로나19가 상당한 정도로 종결되면 본격 논의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수신료 인상안은 지난 6월 KBS 이사회 의결을 받은 데 이어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검토 단계다.
수신료가 월 3800원으로 인상되면 KBS 전체 예산 중 수신료 비중은 약 45%(6577억원)에서 58%(1조848억원)으로 증가하고, 광고 비중은 약 22%에서 13%로 낮아져 KBS의 재원 구조에서 수신료 비중이 확대되는 구조다.
양 사장은 “KBS가 미래 공영방송으로 가기 위해 전체 재원 중 수신료 비중을 현재 40%에서 60%로 높이는 안으로 설계했다”며 수신료 조정과 별개로 올 12월부터 새 대하사극 방영, 개방형 아카이브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자구 노력으로 2019년과 2020년 경영진 임금 일부를 반납했다고도 설명했다.
김명중 EBS 사장 역시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코로나19로 학생들이 정상 등교를 하지 않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 EBS가 교육 서비스 제공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EBS는 원격 교육 시스템을 더 안정화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재정 구조 개선이 매우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야당에서는 KBS의 편파보도 의혹 또한 제기했다. 황보승희 의원(국민의힘)은 “KBS의 공정 보도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며 “지난 4·7 보궐선거 당시 부산 시장 선거 등을 볼 때 야당에 대해선 검증 안 된 의혹에 대해 보도가 많이 됐지만 여당은 숫자상으로 볼 때 거의 보도가 안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 사장은 “일부 논란이 된 부분도 있으나 (편파보도는) 과한 지적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