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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 택시·대리운전업계 갈등 끝낼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사진>가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국정감사에서 또 한 번 자세를 낮췄다. 5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 참석에 이어 세 번째 상임위 출석이다. 국토위 국감에선 불공정 계약 및 과도한 수수료 등 지적이 되풀이됐다. 류 대표는 관련 업계와 논의해 상생안을 찾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지난 8일 류 대표는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한 달 내 택시 및 대리운전업체 업계와 추가 상생방안을 마련해 제출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을) 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택시업계와 열린 마음으로 협력하고 대화를 통해 이번 문제를 해결,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상생안을 내놓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카카오 생태계’ 안에 있는 택시·대리운전 업계 내부적으로도 상충 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택시업계는 카카오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 대리운전업계는 대리운전 운영업체와 대리운전 기사들이 각각 다른 의견들을 갖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산자중기위 국감에서 “플랫폼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드는 건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로 짜야하기 때문에 까다롭다”고 말한 바 있다.

◆ 수수료 인하 약속한 카카오, 배차 몰아주기 의혹 해결 과제=과방위·산자중기위 국감에선 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에 대한 높은 수수료와 제휴 서비스 계약 기간 등이 집중 질의됐다. 이에 카카오는 기존 가맹계약(5년)과 제휴 서비스계약(3개월) 기간을 모두 5년으로 동일하게 맞추고 장기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국토위 국감에선 가맹택시 ‘배차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다. 플랫폼을 제공하던 카카오가 심판이자 선수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비가맹택시 사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박원섭 서울개인택시조합 조합원은 “전체 택시 25만대 중 10%가 안 되는 카카오 가맹택시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건 모순”이라며 “가장 문제되는 건 수수료가 아니고 불공정한 배차 몰아주기다. 그래야 카카오가 수익을 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택시 호출 시 근처 있는 일반택시가 아닌 멀리 있는 가맹택시가 배차되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카카오가 승객 호출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이 지적된 것이다.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서울시 자료를 인용하며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 월평균 영업 건수는 각각 766건, 570건이고 올해 8월엔 두 영업건수 차이가 218건으로 확대됐다”며 “그동안 제기된 배차 몰아주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배차 로직상 가맹과 비가맹택시를 구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위증죄를 거론하며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준 적이 확실히 없냐”고 재차 물었을 땐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애매한 답변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 비가맹택시 수익구조 개선될까...“유료 멤버십 폐지 검토”=카카오모빌리티가 비가맹택시 대상으로 운영하는 ‘프로 멤버십’ 이용 요금도 도마에 올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상생플랫폼 구축 계획을 공개하면서 프로 멤버십 이용 요금을 월 9만9000원에서 월 3만9000원으로 60%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택시업계선 프로멤버십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프로멤버십은 택시 기사가 원하는 목적지의 호출을 확인할 수 있는 ‘목적지 부스터’ 기능 등 배차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다만 실제 이용자들 사이에선 피크시간 외엔 호출 건수가 가입 전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 조합원은 멤버십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카카오가) 수수료를 받을 명분이 없어 멤버십 제도를 내세워 비가맹택시에게 3만9000원을 받으려는 술책”이라고 말했다.

김은혜 의원(국민의힘)은 “(가격 인하는) 상생이라고 하지만 생색이라고 본다”며 “스마트호출은 없앴는데 프로멤버십도 없앨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류 대표는 “택시업계와 논의해서 결과에 따라 조정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택시단체와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내 구축하겠다”고도 말했다.
◆ 대리운전기사 ‘노조’ 인정, 대리운전업체는 ‘시장 철수’ 주장=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외 대리운전업계에서도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과 단체교섭에 임하기로 결정하고 대리운전노조를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인정했다. 지난해 7월 전국대리운전노조가 노사 교섭을 요청했지만 카카오 측은 이들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라는 이유로 거부해왔다. 최근 상생에 대한 책임을 요구 받은데 따라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리운전업체들과의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초기 앱 기반 호출을 운영하겠다는 상당수 대리운전기사들을 데려가더니 전화콜 2위업체 ‘콜마너’를 인수 등 전화콜 시장에 진출한 것이 본격적인 갈등으로 번졌다. 대리운전시장은 아직까지 전화콜 방식이 8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골목상권에서 철수한다 했는데 왜 대리운전시장에선 철수를 안하는 것이냐”며 “콜 생산을 포기하고 진정으로 중계시스템만 하길 바란다”고 했다.

기존 업체 주장은 카카오가 전화콜 시장에서 철회하고 앱콜 시장에 한정해달라는 주장이었지만 이번 입장문을 통해 “진정성을 보이려면 전반에 걸친 철수를 해야한다”고 범위를 확장한 셈이다. 심상정 의원도 “가맹택시에 이어 대리운전도 잠식하려 한다”며 “손 떼고 택시 콜시장만 하라”고 호통치기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대리운전 콜 생산을 포기할 경우 대리운전기사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기존 대리운전업체 대비 카카오가 걷는 수수료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류 대표는 문어발식 확장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문어발식 확장을 자제하고 생태계 구성원과 협의한 상태에서 합의에 이르렀을 때 추가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전화콜 시장 에서 손을 뗄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거듭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논의할 것”이라며 말을 아껴왔다. 총연합회가 제시하는 시장점유율 총량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카카오가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진 업계 관계자들을 모두 아우르는 방안에 고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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