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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시장 뛰어든 한화, 메기인가 미꾸라지인가 [IT클로즈업]

- 저가 공세로 장비 분야 공략…반도체도 준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한화그룹이 배터리 장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격적인 영업으로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대안이다’와 ‘출혈 경쟁을 부추긴다’로 반응이 엇갈린다.

현재 ㈜한화 기계 부문이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2010년대 초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사업을 준비하던 당시 확보한 설비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근 1~2년 새 몸집을 키웠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배터리 전체 공정 중 일부를 제외한 장비 생산이 가능하다. 거래가 활발한 분야는 ▲소성로 장비 ▲전극 공정 장비 ▲자동화 장비 등이다.

소성로는 배터리 핵심소재 양극재 또는 음극재를 만들 때 쓰인다. 양극재의 경우 소성로가 열을 통해 전구체와 니켈, 코발트 등을 섞는 역할을 맡는다. 국내 양극재 1위 에코프로비엠 등에 장비를 납품 중이다.

전극 공정은 주요 소재를 가공하는 단계다. 극판에 소재를 도포 및 건조(코팅) - 압착(롤 프레싱) - 절단(슬리팅) 순으로 이뤄진다. ㈜한화는 삼성SDI 등에 코터 롤프레스 슬리터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화 장비는 말 그대로 생산라인을 무인화해주는 제품이다. 공정 간 이동 시 무인운반차(AGV) 등을 통해 다음 장비로 옮겨주는 작업을 수행한다.

㈜한화는 각 분야에서 후발주자다. 소성로 장비는 원준, 전극 장비는 피엔티·씨아이에스, 자동화 장비는 에스에프에이 코윈테크 등이 선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화는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장비업체 선정은 공개 입찰로 이뤄지는데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한화를 선택하는 고객사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배터리 및 소재 제조사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정 업체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장비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덕분이다. 배터리 소재 업체 관계자는 “기존 업체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 경쟁을 통한 기술력 향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장비 업계 분위기는 상반된다. 지나치게 가격을 떨어뜨려 업체 간 출혈 경쟁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 장비업체 관계자는 “㈜한화의 경우 대기업 소속이다 보니 자금력에서 중소중견 기업을 압도한다. 저가 입찰이 계속되면 장비 시장 자체가 흐려질 수 있다. 우리가 느끼기에는 중국 방식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외 업체의 배터리 공장 증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관련 장비 업계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한화처럼 새로운 플레이어도 등장하는 추세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향후 수주 경쟁이 심화할 전망인 만큼 배터리 제조사와 장비사 간 공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화는 반도체 장비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유관 조직을 꾸리는 등 준비 과정에 착수했다는 후문이다. 사업이 본격화하면 배터리 장비 분야와 유사한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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