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 재고와 가격 연동…재고↑가격↓ - MS·아마존 등 美 서버 업체 가격 협상 유리 - 파운드리, 고객사 전략 노출 수익성 악화 위험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미국 정부가 지난 2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반도체 생태계 회의를 진행했다.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사진>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주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정부가 반도체 업계 등을 백악관에 소집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은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라며 “현 상황이 2022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 “과도한 주문이 문제인지 공급을 예정대로 하고 있지 않은지 문제가 명확치 않다”라며 “병목 현상 원인 등이 명확치 않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상무부는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생산자 소비자 중개자 등 공급망 모든 부분에 재고와 수요, 배송 등에 대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유하도록 요청했다”라며 “45일 내에 정보 제공과 공급망 투명성 개선을 촉구했다”라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각)에는 관보를 통해 이를 공식화했다. 최근 3년 매출을 비롯 반도체 생산과 유통 관련 정보를 제출토록 했다. 고객사 정보 등도 포함이다.
미국은 그동안 반도체 생태계 상단과 말단을 차지했다. 반도체 설계(팹리스) 상위권 회사는 대부분 미국 업체다. 반도체 소비량이 많은 자동차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도 미국 업체가 많다. 코로나19 세계적 유행(팬데믹) 이후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상승세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계는 가격을 인상했다. 미국 팹리스와 수요 기업 부담이 증가했다.
미국의 정보 요구 명분은 차량용 반도체 등 병목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겠다는 것. 하지만 반도체 제조사 가격 협상력을 약화할 수 있는 영업기밀을 다수 포함했다. 업계가 미국 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다.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은 고객과 시장 상황에 따라 정한다. 수량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정찰제가 아니다. 또 24시간 생산체제다. 생산량을 조절하기 힘들다는 뜻. 메모리 제조사 입장에서는 ‘재고 노출=가격 협상력 상실’이다. 생산능력(캐파) 확충 계획도 그렇다. 미래 수급 상황을 가능케 해 ASP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도 마찬가지다. 메모리보다는 유연하지만 이들 공장도 쉴새 없이 돌아간다. 고객사에 따라 가격과 제품, 생산기간은 천차만별이다. 원가경쟁력과 직결하는 정보다. 이들 정보가 알려지면 수익성 향상 노력이 물거품이 될 우려가 있다.
한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는 이번 미국 정부 태도에 말을 아꼈다. 일단 정보 제출 시한인 11월까지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 이석희 대표는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나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른 곳은 원론적 입장 표명도 부담스러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