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예전 중국 대리운전 시스템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진출해 만든 것이다. 국내에서 먼저 대리기사 공유 프로그램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2년 텐센트·알리바바가 투자한 회사들이 택시 앱 서비스로 출혈경쟁을 벌이다 2015년 디디추싱으로 합병, 대리운전 사업까지 확장했다. 중국 기존 대리운전업체들이 전멸하는데 딱 6개월 걸렸다.”
카카오모빌리티 사업 확장에 국내 대리운전업체들이 울상이다. 국내 대리운전업체는 대부분 소상공인으로 현장 기사와 겸직하는 경우도 흔하다. 일찌감치 중국 디디추싱이 자본력을 앞세워 자국 대리운전 시장을 집어삼킨 사례를 지켜봐 온 이들은 카카오 행보에서 기시감을 느끼고 있다.
10일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가 시장에 진입하기 전 2016년엔 약 6000여개 대리운전 회사들이 있었지만 현재 약 3000여개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카카오가 최근 5년간 원가 이하 프로모션으로 기존 시장이 만들어 놓은 현장 기사들을 데려가 20% 가까운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은 호출을 받기 위해 1개 이상 콜 배차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카카오 호출을 먼저 처리했을 때 기사들에게 현금성 프로모션 등 혜택을 주니 다른 업체들 호출은 뒤로 밀려나거나 받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대리운전업체들은 운행료 중 일부를 상담원 인건비와 마일리지, 카드수수료 등으로 지불한다. 플랫폼기업인 카카오는 지불할 필요가 없는 비용들이다. 대기업들이 진행하는 홍보·프로모션에 대응하기란 실상 불가능하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장은 “기존 대리업과 플랫폼 수익구조는 많은 차이를 보여줘 수치상으로 7배가 넘는다”며 “코로나19로 매출이 4분의1로 줄어 인건비 지금도 힘든 상황인데 대기업들은 자본을 앞세워 들어와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카카오 대리운전사업은 혁신이 아닌 모방과 ‘돈질’로 쌓아온 허울이라고도 표현했다. 그는 “2010년도부터 대리운전 시장엔 이미 운행에 관한 공유 프로그램 등 플랫폼 시장이 활성화돼 있었다”며 “카카오가 앱 호출을 내세워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고 포장했지만 기존 스타트업들이 만들어 놓은 앱 호출을 그대로 모방해 카카오에 탑재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앱 기반으로 운영하겠다던 카카오가 최근 전화콜 시장까지 진출했다는 점, 이러한 카카오 행보를 SK 등 경쟁사가 동일한 방식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리운전 시장에선 여전히 전화를 통한 호출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전화콜 시장 진출에 나섰다. 지난해 7월 전화콜 2위업체 ‘콜마너’를 인수했고 최근 ‘1577 대리운전’ 운영사 코리아드라이브와 ‘케이드라이브’를 설립했다.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관받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부터 ‘카카오T 전화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카카오T 대리기사들은 앱 호출 뿐 아니라 콜마너 전화 호출도 공유받을 수 있게 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화콜 시장 직접 진출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리운전업체들은 플랫폼 1위 업체와 전화콜 1위 업체가 합쳐졌을 때 시너지 효과가 막강하다고 반박했다. 대리운전업체는 물론 이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는 콜센터 직원들까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리운전총연합회 관계자는 "카카오는 서비스 개선·선진화보다 각종 염가 할인 프로모션을 남발해 대리운행 업체들을 고사 시키는 일에만 주력해 왔다"고 했다.
이어 “카카오는 대리기사프로 유료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전화콜까지 포함한 제휴콜들을 이들에게 우선배정하니 대리기사들이 가입하게 된다”며 “다만 일반 서비스는 카카오가 보험료를 내주는 방식이지만 프로에선 보험료를 직접 내야한다”고 전했다.
플랫폼이 처음엔 소비자를 위하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독과점한 후엔 비용 등을 청구해 이를 다 토해내게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리운전업체들은 과도한 현금성 프로모션을 멈추고 대기업의 전화콜 시장 진출을 저지해야한다며 대리운전 전화콜 시장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