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2009년 오라클에 인수)의 그렉 파파도풀러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자신이 블로그에 남긴 말이다. 기업들은 앞으로 서버나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구매 대신 위에 언급된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속해 이용료만 내고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무려 15년 전 5개 거대기업이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상황을 예견했는데, 실제 지금에 와선 이 말이 현실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가트너가 공개한 ‘2021년 클라우드 인프라&플랫폼 서비스(IaaS&PaaS) 분야 매직 쿼드런트’ 보고서에 따르면, 단 7개 업체만이 이름을 올렸다. 파파도풀러스 CTO가 언급한 업체 중 3곳이 여기에 포함됐다.
가트너 매직 쿼드런트는 ‘비전 완성도’ 및 ‘실행 능력’을 평가해 사사분면에 표기하는 형태의 보고서다. 이를 통해 업체의 영향도와 시장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관련 보고서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분야는 빠져 있기 때문에, 전체 클라우드 시장을 반영했다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규모면에선 IaaS 및 PaaS 시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클라우드 등 ‘빅3’가 리더를 차지한 가운데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유일한 비전완성도가 높은 기업(비저너리)로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니치플레이어(틈새기업)에는 오라클, IBM, 텐센트 클라우드 등 3개 기업만이 선정됐다.
관련 분야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분야로 그만큼 높은 시장 장벽이 존재한다. 실제 ‘빅3’ 3사가 분기당 설비 투자에 투자하는 금액은 약 250억달러 이상인데 이중 대부분은 전세계 340개이상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구축, 정비하는데 사용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바꿔 말하면 가트너 매직쿼드런트에 오른 7개 업체가 이같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이들 7개 기업은 현재 전세계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경쟁적으로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반도체 업계의 큰 손으로 자리하며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을뿐더러 자체 칩까지 제작하는 등 관련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이번 가트너 매직쿼드런트에는 분석가의 견해 뿐 아니라 고객 패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예년에 비해 예리한(?) 시각이 추가됐다. AWS는 엔지니어링과 고객 채택, 혁신 측면에서 선두주자지만, 기존 계약을 갱신하기 위해선 연간 지출 약정을 20% 늘려야 하는 등 의존도가 높은 고객에겐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다.
MS의 경우, AWS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광범위한 기능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발생한 애저 쿠버네티스 서비스의 가동 중단이다. 또, MS의 악명높은 복잡한 라이선스 체계 등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구글클라우드는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가운데 가장 완벽한 쿠버네티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판매 이후 가장 낮은 만족도, 향후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는 공격적인 가격 책정, 그리고 여전히 적자(재정적 손실)를 보고 있는 현실 등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밖에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중국에서의 선도적인 지위는 강점으로 꼽혔지만 가격 책정이나 기술 세부사항 등에서의 투명성이 부족한 것은 약점으로 꼽혔다. 텐센트 역시 중국에 집중하고 있으며 러시아에 리전을 둔 유일한 클라우드 기업이지만 좁은 생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IBM은 규제산업 및 엣지 컴퓨팅 분야에선 강자로 꼽혔지만 ‘레거시 기술 제공기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여전히 시장 점유율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고, 오라클은 다양한 클라우드 역량이 개선되고 있지만 개발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것은 약점으로 지적됐다.